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V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양팀은 '영원한 맞수'였다. 1995년 삼성화재가 창단되면서 1983년 창단된 현대캐피탈의 전신 현대자동차서비스와 '신(新) 라이벌'이 형성됐다. 스타들의 충돌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매 라운드 맞대결마다 사령탑간 지략 대결과 선수들간 자존심 대결은 어느 경기보다 치열했다. 양팀은 지난 12시즌 동안 6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다.
서로 '으르렁' 대던 자존심 대결은 장외에서도 펼쳐졌다. 2005년 프로 태동 이후 초반까지만 해도 일부 구단 관계자들의 주먹 다툼도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조그마한 것이라도 현대캐피탈에, 삼성화재에 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슈퍼매치 또는 라이벌전은 숱한 화제도 뿌렸고 수많은 스토리를 양산해 V리그 스토리텔링을 이끌었다.
세월이 흘렀다. 감독도, 선수도, 프런트도 다 바뀌었다. 팽팽한 평행선을 그을 것만 같던 두 V리그 리딩클럽이 손을 맞잡았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V리그 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데 마음을 모았다. 올 시즌 총 6차례 정규리그 대결에서 양팀 모두 1득점당 1만원씩 적립, 시즌 종료 후 소외계층과 불우이웃 돕기 등 따뜻한 나눔을 실시할 계획이다.
양팀의 활발한 교류는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프런트에서 앞장섰다. 코트 위 치열함은 유지하돼 팬 서비스를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내기'를 했다. 맞대결에서 패한 팀이 승리 팀 팬들에게 '간식 쏘기'와 승리 팀 연고지역에 성금 전달로 예열했다.
양팀 프런트는 최근 용인에서 만나 교류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사회공헌을 테마로 잡아 비 시즌 기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했다. 모든 건 팬을 위해서였다.
특히 라이벌 팀에 대한 배려를 위해 홈팀 선수들만 주목을 받는 선수 입장을 동시에 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불우아동과 유소년 배구선수, 서포터스, 시즌권 구매자들이 좀 더 선수들과 스킨십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키즈 세리머니도 펼칠 예정이다. 또 캐릭터 합동공연도 선보일 계획이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라이벌전은 하나의 경기를 떠나 올스타전 축소판이 될 전망이다.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는 V리그를 더 살찌우는 요소가 된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벤치마킹하는 구단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령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도 손을 잡고 '금융권 라이벌'로서 V리그에 또 다른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