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이긴 한데…, 큰 부담은 없어요"
10월 30일 태릉선수촌 국제빙상장에서 만난 김보름(24·강원도청)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100일여 앞둔 시점.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인 김보름이지만, 아직 평창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다가올 2017~2018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성적을 통해 결정된다.
긴장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김보름은 미소 짓는다. "물론 큰 대회를 앞두고 긴장은 된다. 안 될 수가 없다. 첫 올림픽이니까. 하지만 부담은 없다."
오로지 한 곳에 바라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보름은 '자신과의 싸움'만 생각하고 있다. 김보름은 "다른 것을 신경 쓸 상황도, 이유도 없다.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월드컵이다. 출전 선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자"라며 "그 선수들의 기량과 전술 생각에 빠지면 오히려 나만 손해다. 그 시간에 내 컨디션과 내 약점 보완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했다.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리는 월드컵 1차 대회는 10일 개막한다. 12월 8~10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월드컵 4차 대회까지 약 2개월여의 여정이다. 본격적인 시즌 돌입을 앞두고 김보름은 7kg 감량을 했다. "장거리 스케이팅을 위한 최적의 체중을 찾는 과정인데 사실 이게 쉽지가 않다."
김보름은 지난 9월 미국 솔트레이크 전지훈련을 통해 집중적인 감량을 했다. 1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7kg을 덜어냈다. 감량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김보름은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체중을 줄이다 보니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더라. 월드컵 파견 선발전 레이스에 영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보름은 지난달 19일 ISU 월드컵 파견선수 선발전 여자 3000m에서 4분15초4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자신이 작성했던 종전 대회 신기록(4분17초63)을 2초 가량 앞당긴 기록.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치러진 여자 15000m에선 2분03초31로 자신의 대회 기록(2분01초99)에 못 미쳤다. 노선영(콜핑)에 이은 2위. 2위까지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지기에 티켓은 손에 넣었지만, 만족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김보름은 "감량 욕심에 너무 빨리 하다 보니 시간 갈 수록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적의 체중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약점도 보완해야 한다. 김보름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순간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 같다. 곡선주로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선 순간 스피드를 꼭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폭발력을 얻기 위해 단거리 질주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타 팀 견제는 분명 주요 변수다. 김보름은 지난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다카기 미호와 사토 아야노의 조직적인 견제에 밀려 3위에 머문 바 있다. 김보름은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칠 수도, 또 상황에 따라 적절히 디펜스를 해야 할 때도 있다"며 "이는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한 부분이다. 일단 구상해둔 것들이 있는데 월드컵을 치르면서 더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흔한 징크스도, 루틴도 김보름은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세우는 혹독한 자기관리 뿐이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도 그렇고 다른 종목도 그렇고 결국 팀 스포츠인 동시에 개인 종목이기도 하다. 작전과 변수도 다양하다"면서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 자신이다. 내 자신을 이겨낼 때 좋은 결과도 따라 올 것"이라며 웃었다.
태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