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5번의 우승, 리그-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4년 연속 우승컵…, K리그 클래식의 반박불가 '절대 1강' 전북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2일 오후 전북 봉동 클럽하우스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우승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전북은 지난달 29일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이재성, 이승기, 이동국의 연속골에 힘입어 3대0으로 완승하며 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2005년 전북 부임 이후 5번째 별(2009, 2011, 2014, 2015, 2017)을 단 최강희 전북 감독과 '200호골' 대기록을 작성한 '라이언킹' 이동국(38), 'MVP 후보' 이재성(25)이 차례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감독과 선수간의 무한신뢰, 희생과 헌신, 배려와 감사는 이구동성이었다. 최 감독과 선수들은 서로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강희 감독에게 이재성, 이동국이란?
최 감독은 우승 소감을 통해 "개인적으로 흔들리고 힘든 시간이 있었다. 선수들이 저의 어려움을 알고 똘똘 뭉쳐서 올시즌을 잘 치러줬다. 5번째 별을 달아줬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가장 고마운 선수를 묻는 질문에 최 감독은 딱 한 선수를 꼽기 어렵다면서도 '이동국'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전 이동국의 3번째 골, 200호골이 들어가고 어느 순간 보니까 내가 경기장 앞까지 뛰어나가 있더라. 팬들에게 놀림도 받았다. 반은 나도 모르게 뛰어나갔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 200골이 내가 간절했었나 보다"며 미소 지었다.
돌부처같은 무표정은 최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든 이기든 웬만해선 표정을 쓰는 법이 없다. 선수들의 골에도 무덤덤, 가끔 '극장골'에 박수를 쳐주는 정도다. 그랬던 최 감독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점프까지 했으니 '사건'이다. 김상수 전북 홍보마케팅 팀장은 "감독님이 5cm 이상 점프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동국의 200호골은 최 감독에게도 간절했다. "춘천 강원전에서 이동국이 199골을 넣은 후 홈에서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우승을 결정짓고 이동국이 200호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일주일 내내 갖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전북의 우승과 이동국의 200호골이 함께 이뤄진 꿈같은 날의 감격을 다시 전했다.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낸 이동국이 잘 참고 견뎠다. 어려운 출전시간 환경 속에 스스로 꾸준한 활약을 해줬고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워줬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 훈련장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올시즌 전북의 MVP로는 서슴없이 '국대 미드필더' 이재성을 뽑아올렸다."리그 MVP도 이재성이 받았으면 좋겠다. 이재성 김보경 이승기같은 미드필더들은 훈련으로 안되는 능력을 가졌다.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드필더 쪽에서 경기운영을 잘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선수들은 기술과 감각을 타고난다. 훈련으로 안되는 것이다. 시즌중 떠난 김보경의 공백을 이재성, 이승기가 메워줬다. 밖에서는 공격포인트만 보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희생, 헌신하고 기복 없는 꾸준한 활약을 해준 점을 가장 높이 산다"고 MVP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성, 이동국에게 최강희 감독이란?
그렇다면 'MVP 유력후보' 이재성에게 최강희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이날 선수단을 대표해 이동국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이재성은 "최 감독님은 제게 감사한 분이다. 아버지 같은 분이다"라고 즉답했다. "전북 현대에 와서 신인이 살아남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을 때 감독님께서 기회를 안주셨다면 이 훌륭한 선배(이동국)와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개 숙였다. "신인에게 많은 신뢰와 변함없는 믿음으로 키워준 분, 그래서 항상 감사하다. 경기장에서 늘 보답해야 하는 분"이라고 했다.
'영혼의 사제' 이동국 역시 최 감독을 향한 깍듯한 예를 표했다. "최 감독님은 전북 부임 후 전북이 최고의 구단이 될 수 있게 만드신 분이다. 감독님과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수록 참 감사한 분이다. 나를 다시 언론의 중심에서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평생 감사해야할 분"이라고 했다.
이동국에게 최 감독의 '200호골 점프' 세리머니를 언급하자 미소 지었다. 최 감독도 이동국도 '상남자'다. 과묵하다. '이심전심'이다. 시시콜콜 많은 말도 필요없다. 최 감독이 "클럽하우스에서 스치면 '어사(어색한 사이)'"라고 농담할 정도다. 200호골 직후 이동국은 최 감독과 생애 첫 하이파이브를 나눴다고 했다. 이동국이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후 수많이 많았던 짜릿한 순간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흘려보낸 두 남자가 200호골, 5번째 우승 순간에야 비로소 손바닥을 마주쳤다.
이동국은 "그날 입단해서 처음으로 감독님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감독님도 200호골을 저렇게 기다리셨구나' 나중에 세리머니 영상을 보면서 놀랐다"고 했다. "첫 하이파이브가 '200호골'이었다. 앞으로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전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