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은 강하다(Houston Strong).' 가슴에 달고 뛴 문구처럼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강했다.
휴스턴은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5대1로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3패. 7차전 '끝장 승부'까지 왔지만 휴스턴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르빗슈 유를 앞세운 다저스를 꺾고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리그 최고의 전력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1순위였던 다저스를 휴스턴이 완벽하게 제압했다.
시리즈 내내 강했다. 휴스턴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월드시리즈 연속 홈런 신기록을 세운 조지 스프링어를 중심으로 호세 알투베, 알렉스 브레그먼, 율리에스키 구리엘 등 주축 타자들이 맹타를 휘둘러 다저스의 철벽 불펜을 무너뜨렸다. 특히 5차전에서는 무려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리그 최정상 투수로 꼽히는 클레이튼 커쇼를 무너뜨리며 난타전 끝에 완승을 거뒀다. 6차전에서는 타선이 침묵해 패했지만, 5차전의 기세가 7차전까지 이어졌다. 7차전이 '적지'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으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7차전 1,2회에 5점을 낸 휴스턴은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찰리 모튼이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순간, 원정 더그아웃에 있던 휴스턴 선수들은 환호하며 그라운드까지 뛰쳐나왔다.
1962년 애스트로스가 창단한 이후 첫 우승이다. 늘 '약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휴스턴은 이제 완전히 다른 팀으로 성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키우며 강팀의 기틀을 닦았고, 올 시즌이 승부처라는 판단이 서자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저스틴 벌랜더를 영입했다. 휴스턴의 '에이스'로 우뚝 선 벌랜더는 댈러스 카이클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휴스턴을 응원하는 홈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며 위로를 안겼다. 휴스턴은 지난 여름 태풍 '하비'의 영향으로 도시가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홍수라고 표현할 만큼 피해가 컸다. 약 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3만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피해 규모는 약 1900억달러(약 213조)에 이른다. 휴스턴의 홈 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도 한동안 이용할 수 없었다. 미닛메이드파크는 지붕을 닫을 수 있는 돔구장이지만, 워낙 피해가 컸기 때문에 중립 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렀다. 그만큼 연고 도시의 아픔에 야구단도 함께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대홍수 이후 휴스턴 선수들은 유니폼 가슴 상단 부위에 '휴스턴은 강하다(Houston Strong)'고 써진 패치를 달고 경기에 뛰었다.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 창단 첫 우승으로 완결이 됐다. 늘 꼴찌를 도맡아 하던 리그 최약체팀 휴스턴은 빛나는 리빌딩 성과를 가슴에 안고 강팀으로 거듭났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