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럽 원정 2연전. 신태용호는 반쪽짜리였다.
측면이 없었다. 전문 풀백으로 선발된 선수는 임창우(알 와흐다) 오재석(감바 오사카) 둘뿐이었다. 두 선수 모두 오른쪽 측면만 커버할 수 있다는 핸디캡도 안고 있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구사한 '변형스리백'은 반쪽짜리가 됐고 결과는 2경기 7실점의 결과로 이어졌다.
11월의 신태용호는 '날개'를 제대로 달았다. 왼쪽에는 김진수(전북 현대) 김민우(수원 삼성), 오른쪽에는 최철순(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이 자리를 잡았다.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놓고 좌우 측면 윙백을 활용하는 변형 스리백의 근간은 갖춰졌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도 '변형 스리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명의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스리백을 보좌하는 윙백 임무를 맡고 있으나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소속팀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도 기존에 호흡을 맞춰온 스리백이나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가담으로 빈 자리 커버가 가능했다. 하지만 조직력 완성도는 '0'인 신태용호에서 과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대표팀 구성에서 윙백의 역할이 공격에 좀 더 맞춰진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스리백과 미드필더 사이에 위치하나 2선 공격 자원 대부분이 중앙에 몰려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스리백 가동 시에는 빌드업이나 공격전개가 주임무가 될 수 있다. 공격 차단 뒤 수비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염기훈(수원 삼성) 이근호(강원FC)를 측면 공격수로 배치할 시 포백으로 전환해 수비에 좀 더 무게를 실을 수는 있지만 4명의 윙백이 올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스리백 체제로 소화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활용폭은 낮다.
신 감독은 이번 평가전에서 변형 스리백의 조직력을 키우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본선에서 상대를 꺾기 위해선 변형 스리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의 발언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조직력 강화다.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는 없지만 강팀과의 평가전을 계기로 해법을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와 세르비아 모두 본선 진출팀이다. 현재 우리가 분명 그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패배는) 지금 당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낫다. 그래야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는 새 선수, 새 전술보다 조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두 경기를 통해 조직력 완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틀을 잡을 부분만 파악해도 성공적이다. 변형 스리백 완성의 출발점은 윙백 활용이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