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곧바로 어려운 일들이 밀어닥친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V11을 이룬 KIA 타이거즈는 발빠르게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승하고 이틀만에 김기태 감독과 재계약을 했다. 3년간 20억원의 최상급 계약이다. 외부 FA 영입에 큰 관심이 없는 KIA로선 예비 FA 임창용 김주찬과 빠르게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양현종 계약건이 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권리를 행사했다. 해외진출을 타진했고, 좋은 제시도 받았지만 최종 결정은 KIA 잔류였다.
갑작스런 KIA 잔류 결정에 이미 최형우와 나지완 계약에 거액을 쓴 KIA는 양현종에게 큰 액수를 제시할 수 없었다. 결국 1년간 총액 22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했다.
이 계약으로 양현종은 4년간 KIA에서 뛸 수밖에 없다. 매년 재계약 협상을 해야한다. 하지만 KIA는 1년 계약을 하면서 올시즌이 끝난 뒤 양현종이 원할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로 약속했다. FA와 비슷한 권리를 주는 셈이다.
FA와 다른 점은 양현종이 국내 팀과 계약할 때 다년 계약을 할 수 없다는 것과 혹시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했을 때 원 소속구단인 KIA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것이다.
KIA측은 "일단 양현종과 재계약 협상이 먼저다. 혹시 협상이 잘 안돼 양현종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달라고 할 경우에 풀어주게 된다"고 했다. 바로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는 게 아니라, KIA가 먼저 협상권을 가지고 양현종을 붙잡겠다는 뜻이다.
이럴 땐 KIA와 양현종은 일반적인 재계약 협상을 하는 것이다. 계약금도 없고 오로지 연봉 협상만 한다. FA 계약금이 듬뿍 담긴 다년 계약을 할 수 없다. KIA가 FA급 총액을 맞춰주려면 양현종에게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안겨야 한다. 그리고 매년 그정도 액수를 주겠다는 약속도 있어야 한다.
양현종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KIA와 계약을 하면 계약금을 줄 수 있다. 거액의 계약금으로 총액을 맞춰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다른 팀이 거액을 제시하면서 접근할 수가 있다. KIA로선 자유계약으로 풀지 않고 양현종과 협상을 끝내야한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언론 인터뷰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좋게 신경써주실것 같고 나 스스로도 다른 팀이나 해외보다는 KIA를 더 생각하고 있다. 구단에서 대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잔류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구단이 양현종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