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아름다운 동행은 8년만의 통합우승, V11으로 아름답게 끝맺음을 했다.
기쁨도 잠시. 이제 내년 시즌의 V12를 향해 뛰어야 한다. 다른 팀들도 마무리 훈련으로 담금질을 시작했다.
KIA는 올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우승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포지션마다 확실한 주전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뒤에서 받칠 선수가 별로 없다. 선수층이 얇다는 뜻이다.
그것이 정규시즌 후반 KIA가 위기를 맞았던 이유다. 주전멤버로만 144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체력적인 저하와 함께 잔부상에 시달린다. 그럴 때 뒤에서 받쳐주는 백업 요원이 있어야 주전들도 긴 시즌을 끝까지 할 수 있다.
올시즌 KIA의 백업 요원이라면 서동욱 최원준 고장혁 정도밖에 없었다. 서동욱이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주전이 빠질 때 그 자리를 메워줬다. 최원준은 주로 대타로 많이 나섰다. 김선빈이 빠질 때 유격수로 나가긴 했는데 타격은 좋았지만 수비가 조금 떨어져 아쉬움이 있었다. 고장혁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주로 나갔다.
확실한 백업요원이 몇명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1군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KIA는 사실 이런 전력을 갖추기 위해 2년간 리빌딩을 하며 키운 유망주들을 다른 팀에 보내야했다. FA 최형우를 데려오며 보상선수로 강한울을 삼성에 보냈고, 김민식과 이명기를 데려오면서 노수광과 윤정우 이홍기 등을 SK로 떠나보냈다. 넥센에서 김세현을 데려오며 투수 유망주 이승호와 손동욱을 트레이드 카드로 썼다.
우승의 적기라고 생각한 구단의 과감한 트레이드는 전력 상승과 함께 팀의 우승으로 이어졌다. 구단의 빠른 판단과 신속한 행동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성으로 내년에도 우승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올시즌은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으로 오랜 기간 이탈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도전자들을 물리쳤다. 정예멤버로만 싸우는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을 압도하며 우승했다.
내년에도 선수들이 부상이 없고 부진하지 않는다면 또한번의 우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야한다.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강팀으로 군림하기 위해선 선수층을 두텁게 해서 누가 부상으로 빠지더라도 그 손실이 크지 않게 해야한다.
포지션마다 주전이 있어 선수들이 클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주전이 건재하기 때문에 어린 선수를 더 키울 수 있다. 백업요원으로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고, 주전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우다보면 어느새 주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주전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게 크다. 승리를 통해 자신감도 쌓인다.
성적이 몇년째 나지 않는 팀들이 리빌딩을 외치지만 선수들의 성장이 더딘 것은 배울 수 있는 실력있는 주전급 선수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승리보다 패하는 일이 더 많으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것이 경기력 하락을 불러온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다. 주전들만 믿지말고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KIA는 3일부터 2군 선수들이 주축이 된 마무리 훈련을 실시한다. 그게 리빌딩의 시작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