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끝자락, 아직은 두려울 것 없는 피 끓는 청춘이다. 또 언제 또 올지 알 수 없는 기회다. 지금이라면 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국시리즈가 KIA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끝난 프로야구계는 이제 곧 '스토브리그'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걸출한 FA들이 꽤 많다. 그 중에서 현재 롯데 자이언츠 소속인 외야수 손아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FA 자격을 얻게 되는 손아섭은 빼어난 타격 능력을 갖춰 어느 팀에 가서든 공격의 활로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록이 손아섭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는 올해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타율 3할3푼5리(576타수 193안타)에 20홈런 80타점 113득점 25도루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4할2푼이었고, 장타율은 5할1푼4리로 OPS(출루율+장타율)이 0.934에 달한다. 최다안타 부문 1위에 최다득점 2위, 최다볼넷 2위, 타율 9위, 출루율 7위 등 타격 부분에서 고르게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올 시즌 3명 밖에 나오지 않은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로 대표적인 '호타준족'형 타자다. 비록 코너 외야에 한정돼 있지만, 수비력도 KBO리그에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손아섭은 구매 가치가 큰 선수다. 벌써부터 그의 영입에 큰 관심을 쏟는 구단들이 꽤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만약 국대 구단으로 이적하면 몸값도 상당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손아섭의 올해 연봉은 무려 6억5000만원이다. 기본 연봉이 크기 때문에 장기 FA 계약을 맺는다면 그 규모가 얼추 예상이 된다. 손아섭이 안정된 거액의 계약을 원한다면 그냥 시장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최근 생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손아섭에 대한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신분 조회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국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그래서 이것으로는 손아섭이 메이저리그행을 장담할 수 없다. 섣불리 의미를 확대해석 해서는 안된다.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은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 단계에서는 손아섭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내 무대에 남아 안정된 거액 계약을 획득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조건이 안 좋더라도 좀 더 큰 무대에 나가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것인가의 문제다. 누구도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손아섭은 아직 만 29세로 젊다. 그리고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기도 하다. 현재 체력과 실력 면에서 정점에 올라있을 때야말로 새 무대에 도전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도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손아섭은 늘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한계에 도전해왔던 선수다. 프로 입단 초기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이름도 바꾸고 타격폼도 계속 수정하면서 자기 한계를 극복하려고 애썼던 인물이다. 그 결과 손아섭은 리그 최정상급 컨택 능력을 갖추게 됐다. 장타력도 꾸준히 늘렸다. 프로 데뷔 11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런 캐릭터라면 미국 무대에서도 한번 도전해볼 만 하다. 게다가 손아섭 본인도 미국 무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 비록 오퍼가 없었지만, 2년 전에도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무대의 문을 두두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실패하라는 법도 없다.
도전해서 실패하면 또 어떤가. 그렇다고 손아섭의 야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몇 년이 지난다고 해도 그는 30대 초반이다. 타자로서 정점이 유지될 시기고, 여전히 그의 가치는 살아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망설이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손아섭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