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 성적 부진', 과연 2017년의 KIA 타이거즈는 '2009 타이거즈'가 범했던 오류에서 벗어나 장기 집권할 수 있을까.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팀은 오직 4개 팀 뿐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그리고 KIA가 리그 정상의 자리를 나눠가졌다. 그런데 오로지 유일하게 KIA만이 단수 우승에 그쳤다. 삼성은 4회(2011~2014년), SK가 3회(2007~2008년, 2010년) 그리고 두산이 2회(2015~2016) 우승을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4승3패로 꺾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2010년 정규시즌에서 리그 5위(59승74패, 승률 0.444)에 그치며 가을잔치 문턱조차 밟지 못한 것. 삼성과 SK, 두산이 우승 후 한동안 정상권에 머물렀던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당시 조범현 감독의 전력 구상이 '부상 악재'로 인해 모두 무너진 탓이다. 투타의 핵심이었던 에이스 윤석민이 6월 18일 인천 SK전 때 오른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팀이 역전패를 당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더그아웃 출입문을 주먹으로 내리쳐 생긴 부상이었다. 2009년 홈런, 타점, 장타율 부문 1위로 정규시즌 MVP에 올랐던 김상현은 5월 11일 왼무릎 수술을 받고 한달 만에 돌아왔는데, 6월 25일 잠실 두산전 때 또 발목을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선수들의 동반 부진도 있었다. 2009년 14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아킬리노 로페즈는 구위가 뚝 떨어지며 4승(10패)에 그쳤고, 최희섭은 타율(0.308→0.286) 홈런(33개→21개), 타점(100개→84개)이 모두 줄었다. 한국시리즈 MVP 나지완도 타율이 2할1푼5리에 머물렀다. 2009년 평균자책점 0.53에 6승2패22세이브10홀드로 대활약한 필승 마무리 유동훈 역시 2010년에는 평균자책점 2.85에 3승2패14세이브에 그쳤다.
결국 핵심 선수들의 동반 부상과 성적 부진의 악재로 인해 '2009 타이거즈'의 힘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삼성과 SK, 두산 등은 우승 전력을 잘 유지해 장기 집권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17 타이거즈'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올해 우승의 기운을 장기집권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7년 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 우승 전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 일단 '재계약 러시'부터다. 김기태 감독과 재계약해야 하고, 시즌 전 1년 계약을 했던 양현종도 잡아야 한다. FA 자격을 재취득한 김주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3명도 반드시 잔류시켜야 한다.
다음으로는 부상 방지다. 과거 사례에도 보듯 핵심 전력이 다치면 말짱 도루묵이다. 비시즌과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부상 방지 플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 집권을 노린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KIA의 새로운 숙제들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