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5년 김기태 감독 부임 후 리빌딩에 주력했고, 세 번째 시즌에 우승과 입맞춤했다. '1981년생 듀오' 이범호와 김주찬은 숨은 공신이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1년 준플레이오프 진출,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 사이 팀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이범호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실패를 맛본 뒤 2011년 KIA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동갑내기 김주찬은 2012년 말 FA 계약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KIA로 이적했다. 이후 두 선수는 팀의 중심이 됐다.
KIA가 리빌딩으로 선수들을 키우면서도 이범호, 김주찬은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이범호는 3루수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고, 중심 타선에 한 방 쳐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김주찬은 거의 매 시즌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 이적 직후에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두 선수는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을 만나고, 주장을 맡으면서 더 뛰어난 활약을 했다.
2014년부터 주장 완장을 찬 이범호는 3년 연속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FA 자격을 얻은 2015년 말 3+1년 총액 36억원에 재계약했다. 금액을 떠나 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계약 첫해 타율 3할1푼, 33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올 시즌 역시 타율 2할7푼2리, 25홈런, 89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주찬 역시 지난 시즌부터 본격 풀타임을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130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 23홈런, 101타점을 마크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초반 부진했으나, 후반기부터 제 모습을 찾았다. 122경기에서 타율 3할9리, 12홈런, 70타점의 기록.
한국시리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김주찬은 시리즈 전적 1패로 뒤진, 2차전에서 발로 결승 득점을 만들어냈다.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1,3루에서 3루 주자로 있었다. 나지완의 3루수 앞 땅볼 때, 런다운에 걸렸다. 끝까지 주루 플레이를 했다. 두산이 3루 주자를 겨냥한 사이 재빠르게 홈을 밟았다. KIA가 1대0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날이었다. 이범호는 한국시리즈 5차전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좌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KIA는 접전 끝에 7대6으로 이겼다. 중요한 타점을 올린 이범호는 이날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둘의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올 시즌 KIA에서 첫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이범호와 김주찬은 2000년 프로에 데뷔해 한 번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하지만 팀을 옮기고, 함께 우승의 꿈을 이뤄낸 것이다.
이범호는 우승 직후 "항상 은메달만 했었다. 밖에서 느끼는 걸 나도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그게 너무 짜릿하다. 평생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김)주찬이와 잘 안 됐을 때 '힘내자'는 얘기를 서로 해줬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정말 좋다.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나. 못했던 우승을 같이 한 번 하니까 정말 좋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베테랑이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