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시리즈 MVP로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뽑혔다. 2차전 완봉승에 이어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5차전 세이브까지 따냈으니 이견이 별로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사실 양현종의 MVP 등극은 극적인 반전의 결과였다.
한국시리즈 MVP는 최종전이 끝나기 직전 기자단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시리즈 전체의 MVP이기 때문에 당일 경기 성적 뿐만 아니라 시리즈를 통틀어 누가 가장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는가를 종합 판단하게 된다. 즉, '시리즈 성적'과 '우승 기여도(임팩트)'가 기준이다. 두 가지 모두 충족되면 완벽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무래도 후자쪽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린다.
때문에 5차전 8회 정도까지만 해도 이날 한국시리즈 MVP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로저 버나디나였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었다. KIA가 그대로 리드를 이어가 5차전에서 이겨 우승을 차지했을 경우다. 만약 KIA가 역전패를 당해 시리즈가 6차전 이후로 길어진다거나 혹은 이날 경기 중에 버나디나보다 더 뚜렷한 임팩트로 우승에 기여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었다.
이날 KIA는 초반부터 손쉽게 앞서나갔다. 3회초 버나디나의 적시타 이후 이범호의 만루포가 터지며 단숨에 5점을 냈고, 6회초에도 2점을 뽑아 7-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KIA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이기면 버나디나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다.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5할2푼6리(19타수 10안타)에 1홈런 7타점. 꾸준한 활약에 마지막 5차전 결승타까지. 시리즈 MVP의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경기 후반에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두산 타선이 7회말에 대폭발하며 단숨에 6점을 냈다. KIA의 낙승이 될 법 했던 경기는 이때부터 미궁에 빠졌다. 7-6, 겨우 1점차 리드로는 한번 불붙은 두산 타선을 감당하기 벅차 보였다.
하지만 이 순간, KIA에 새로운 구세주가 강림했다. 2차전 완봉승으로 1차전 패배의 데미지를 지워냈던 양현종이 돌연 9회말 마무리로 등판한 것이다. 그리고 양현종은 천신만고 끝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세이브를 달성했다. 반격의 시발점이 된 2차전 완봉승, 그리고 우승을 결정지은 마지막 세이브까지. 이것으로 양현종은 시리즈 전체의 성적과 임팩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MVP 투표에서도 역전극을 완성한 것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