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기쁨은 잠시다. 당장 내년 시즌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한다. 과연 KIA 타이거즈는 현재 전력을 유지시킬 힘이 있을까.
KIA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은 영광의 통합우승이다. 많은 팬들이 KIA가 새로운 왕조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궁금해 한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KIA의 전력을 유지만 한다면 내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 전력 유지가 가능한 지의 여부다. 엄청난 금액이 들 수밖에 없다.
먼저 선수를 떠나 김기태 감독과의 재계약을 해야한다. '모래알'이라던 팀을 하나로 묶어 계약기간이던 3년 만에 우승팀으로 바꿔놨다.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고 지난해 3년 20억원에 재계약했고, 최근 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류중일 감독과 3년 21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분위기상 김 감독도 이에 버금가는, 아니면 넘어서는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만 20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선수다. 일단 엄청난 대어 양현종이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여건상 KIA와 1년 22억5000만원 계약을 맺었던 양현종과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 형식상 FA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는 없기에, 연봉 만으로 큰 보상을 해줘야 한다. 현 FA 대어들의 시세를 봤을 때 1년 최소 30억원 이상을 줘야 양현종이 만족할 수 있다. 그 것도 최소 기준이다.
캡틴 김주찬도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4년 전 총액 50억원의 과감한 투자로 김주찬을 데려왔던 KIA였다. 올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결국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주장으로도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우승을 차지했으니 김주찬에게 섭섭한 대우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나이가 있고, 부상 전력 등이 있기에 초대박 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약 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20~30억원이 필요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도 큰 돈이 들어간다. 올시즌 전력의 핵심 헥터 노에시는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 헥터는 올시즌 170만달러에 재계약 했다. 내년 시즌 재계약 한다면 20승 투수의 자존심에 200만달러는 무조건 돌파한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은 옵션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또, 발표액보다 보장된 금액이 훨씬 많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한국시리즈 MVP급 활약을 펼친 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올시즌 받았던 85만달러로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버나디나 역시 발표액 기준 100만달러 중반대 금액을 부를 수 있는 성적을 기록했다. 팻 딘 역시 올해 받았던 90만달러에서 소폭 인상될 성적을 갖췄는데, 10만달러만 올라도 100만달러다.
위에 언급한 돈만 합쳐봐도 거의 150억원 가까이 된다. KIA는 지난해 최형우를 잡는 데만 100억원을 썼다. 이들 뿐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도 대폭 올려줘야 한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불황이라 그룹이 큰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중론인데, 좋은 성적이 났으니 어떻게든 팀 전력을 지키려 노력할 KIA가 어떻게 상황을 대처할 지 궁금해진다. 일단, KIA 박한우 사장은 축승회에서 "영원한 동행"을 외치며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