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러시아 구상' 윤곽이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 또 고민이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콜롬비아(11월 10일·수원), 세르비아(11월 14일·울산)와의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 10월 유럽 원정 2연전까지 무승에 그치고 있는 신태용호는 근심이 크다. 신 감독은 예고대로 국내외를 망라한 명단을 꾸렸고, 부진했던 해외파를 대거 정리하면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공격='손흥민 파트너' 구하기 시작됐다
공격수 자리엔 이정협(부산)과 이근호(강원FC) 두 명 만이 이름을 올렸다. 측면 공격수, 섀도 스트라이커로 기용되는 이근호는 '2선 공격수'다. '정통파 스트라이커'는 이정협 뿐이다.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였던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당시 7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이정협은 부상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다가 최근 복귀했다. 골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지만 대표팀 내 경쟁력에 있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신 감독이 이정협을 선택한 것은 손흥민(토트넘) 활용법과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에서 측면 공격수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리버풀전에서는 해리 케인과 투톱을 이뤄 시즌 첫 득점을 올린데 이어 웨스트햄전에서는 2도움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손흥민의 위치를 끌어 올려 활동폭을 넓히고 자율성을 좀 더 부여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 신 감독도 "최근 손흥민이 나선 경기를 모두 봤다. 많은 힌트를 얻었다"며 이같은 모습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받쳐주는 선수 누구냐에 따라 손흥민 기량에도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결정력보다 폭넓은 활동량과 이로 인한 상대 수비 분산 및 전방 압박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이정협이 신태용호에 이름을 올린 이유를 추리해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수비=변형 스리백, 핵심은 '연계'다
신 감독은 지난 10월 들고 나온 '변형 스리백'을 이번 2연전에서도 실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유럽 2연전에서 경기력과 성적에서 실패했지만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 양 풀백 자원이 부족했다. 내가 생각하는 전력이 구축되면 포백과 변형 스리백을 혼용해야 한다. 변형 스리백 카드를 버릴 생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명단은) 포백과 스리백을 공존시키기 위해 뽑았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말대로 왼쪽에는 김진수(전북 현대) 김민우(수원 삼성), 오른쪽에는 최철순(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이 각각 자리를 잡으면서 전술 운용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변형 스리백의 핵심은 측면이 아닌 중앙이다.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이 유기적으로 연계하면서 상대 공격 차단 및 빌드업을 시도해야 한다. 10월 2연전에서 장현수(FC도쿄) 권경원(톈진 취안젠)이 볼란치로 센터백과 호흡을 맞췄으나 실패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컨디션이 살아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합류가 천군만마다. 빌드업 뿐 아니라 전방 공격 차단까지 노련함을 갖추고 있는 기성용의 능력이 변형 스리백의 힘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백 위치에서는 정승현(사간도스)의 활약을 주목해 볼 만하다. 정승현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으나 능력은 이미 인정 받았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울산 현대에서 리차드와 호흡을 맞추며 철옹성을 구축했다. 빠른 발 뿐만 아니라 영리함까지 갖춘 수비수로 꼽혀 중원 연계 플레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감독은 "정승현은 스토퍼지만 빌드업도 잘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태용호는 6일 수원에서 소집,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 대비한 담금질에 돌입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