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경기네요."
스플릿 후 경기 일정표를 본 조성환 제주 감독은 가장 먼저 전북과의 일정을 찾았다. 전북은 1989년 전신인 유공이 우승을 차지한 후 단 한번도 우승을 거머쥐지 못한 제주가 넘어야 할 벽이었다. 조 감독은 "우리가 무조건 연승을 한다는 가정 하에 세번째 경기가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에는 제물이 되지 않고 우리가 웃어야죠."
승부욕 강한 조 감독에게 전북은 아픈 이름이었다. 2014년과 2015년의 기억 때문이다. 제주는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나 전북 우승의 희생양이 된 바 있다. 안방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에 패하며 상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조 감독은 그날의 패배를 동력으로 삼았다. 그는 "그런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이를 갈았다.
다시 한번 판이 깔렸다. 조 감독의 예상대로 세번째 경기는 결승전이 됐다. 제주는 스플릿 후 연승을 달렸지만, 전북도 꾸준히 승점을 쌓았다. 승점차는 4점차, 전북이 이기면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전북의 우승이 확정된다. 경기 전 조 감독은 "연맹 관계자 등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다. 경기 관전만 하고 돌아가게 해드리겠다. 전북의 우승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조 감독의 각오는 선수들에게도 전달이 됐다. 평소보다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제주 선수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상대의 슈팅에는 두세명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또 한번 반복됐다. 후반 1분 이재성의 발리슈팅 한번에 무너졌다. 제주는 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후반 21분 이승기, 34분 이동국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또 한번 전북에 무릎을 꿇었다. 세번째로 전북의 우승 제물이 되고 말았다.
목표로 한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제주는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팀이었다. 겨우내 폭풍영입에 성공하며 선수단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제주는 조성환식 축구가 뿌리내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제주는 전북전 2연승에 성공하며 확실한 대항마로 나섰다. 하지만 시즌 중반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 패배와 이어진 징계로 어수선했던 것이 아쉬웠다. 제주는 이후 팀 정비에 성공하며 8연승을 달리는 등 반격에 나섰지만, 가장 중요했던 33라운드와 36라운드에서 전북에 패하며 우승을 내줘야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