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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story]한국시리즈 최고의 반전. 보상선수 임기영이 만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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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임기영만큼 전반기와 후반기가 달랐던 투수가 있을까.

전반기엔 두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7승2패, 평균자책점 1.72의 놀라운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7일 한화와의 경기서 두번째 완봉승을 거둔 뒤 폐렴에 걸려 한달을 쉬고 난 뒤엔 평범한 투수가 됐다. 후반기엔 1승4패, 평균자책점 7.43의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김기태 감독이 4선발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임기영이 후반기에 너무 부진하자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헥터-양현종-팻 딘의 3선발 체제로 가는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임기영을 믿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임기영은 청백전을 통해 출격 채비를 마쳤다. 김 감독은 임기영을 4선발로 낙점하고, 1,2차전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그를 불펜에 대기시키기도 했다.

1차전 패배 이후 2,3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2승1패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KIA로선 29일 열린 4차전까지 잡아야 두산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3차전보다 더 중요해진 4차전.

전날 팻 딘이 선발 등판할 때는 외야 수비를 중요시여겨 나지완을 빼고 김호령을 중견수로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던 김기태 감독은 이날은 정상적인 라인업을 가동했다. 4선발인 임기영과 유희관의 대결이기에 타격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임기영이 데뷔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등판하는 것이라 그가 부진을 보일 수 있는 것에 대비해 불펜진을 일찍 준비시킬 것도 밝혔다.

하지만 김 감독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지킬이냐 하이드냐에서 임기영은 전반기 때 보였던 지킬로 변신해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130㎞대 후반의 직구와 120㎞대의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다. 직구처럼 보여 휘두르면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고, 체인지업인가싶어 그냥 두면 직구로 들어와 스트라이크가 되니 두산 타자들이 어쩔 줄 몰라했다.

5⅔이닝 동안 6안타를 내줬지만 6개의 탈삼진과 함께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으면서 무실점의 쾌투.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이 언제 또 있을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승리 루틴을 위해 부모님을 부르지 않았다는 임기영.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이렇게 잘했으니 임기영의 부모님은 앞으로도 아들의 경기를 직접 못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도 TV로 보면서 아들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지난 2014년 12월 11일. KIA는 당시 FA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임기영을 지명한 날이다. KIA와 임기영의 운명이 바뀐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