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에서 8회가 승부처로 급부상했다.
3차전까지 3경기 모두 8회에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25일 열린 1차전에선 8회말 KIA의 공격을 두산이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5-3으로 앞서있던 두산은 8회말 선두 최형우가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가며 위기에 빠졌다. 5번 나지완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가 무사 1,2루.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을 올렸고, 안치홍을 3루수앞 병살타로 처리한 뒤 2사 2루서 7번 이범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결국 9회말도 김강률이 3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해 5대3의 승리를 지켰다.
2차전에선 KIA가 8회말의 찬스에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0-0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8회말 선두 2번 김주찬이 바뀐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빗맞힌 타구를 날렸는데 이것이 우익수와 2루수가 잡을 수 없는 우익선상으로 떨어지는 2루타가 되며 기회가 만들어졌다. 3번 버나디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을 호출했고, 김강률은 4번 최형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1,2루가 됐다. 5번 나지완의 3루수앞 땅볼 때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나지완의 3루수앞 땅볼 때 3루주자 김주찬이 협살에 걸렸다. 홈과 3루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1루주자 최형우가 2루에이어 3루까지 뛰었고, 두산 포수 양의지가 김주찬을 3루쪽으로 몰다가 3루로 오는 최형우를 잡기 위해 3루로 던졌다. 김주찬은 양의지가 3루로 던지자 마자 홈으로 향했고, 양의지의 공을 잡아 최형우를 태그한 유격수 김재호가 홈으로 던졌으나 김주찬의 발이 먼저 들어가 세이프.
극적으로 뽑은 김주찬의 득점으로 1-0으로 앞선 KIA는 양현종이 9회초까지 책임지며 승리를 거둬 1승1패를 만들었다. 양현종은 김주찬 덕분에 한국시리즈 최초의 1대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3차전에서도 8회 승부가 갈렸다. KIA 선발 팻 딘의 호투에 눌려 2-4로 뒤진 두산이 8회말 동점 기회를 잡았다. 선두 1번 민병헌의 안타와 2번 오재원의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된 것. KIA는 호투하던 팻 딘을 내리고 임창용을 올렸다. 박건우가 희생번트를 대는 것처럼 하다가 슬래시를 하며 파울 2개를 쳐 볼카운트 1B2S가 됐고, 임창용은 149㎞의 강속구를 던져 박건우를 짧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4번 김재환 타석에선 심동섭이 올라왔다. 심동섭은 김재환에게 초구에 우전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줬으나 이어진 1사 1,3루서 5번 오재일을 포수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2사 1,3루서 마무리 김세현이 올라왔다. 김세현은 6번 양의지를 초구에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시키며 동점 위기를 넘겼다. KIA는 9회초 대타 나지완의 쐐기 투런포로 6대3으로 승리.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8회에 극적인 점수를 뽑는 일이 많아 '행운의 8회'로 불리기도 했었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8회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앞으로 남은 한국시리즈의 8회엔 또 어떤 일이 벌어져 선수단과 팬들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할까.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