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대망의 한국시리즈 11번째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대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들었다. 이제 KIA는 1승만 더 거두면 2017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달성한다. 4차전의 희비를 가른 3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
언제 투수를 교체해야 할까. 프로야구 현장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투수 교체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말도 덧붙이곤 한다. "망설이다 늦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미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지만,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민한 투수교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추세는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바꾸는 편이다.
KIA 김기태 감독도 이날 경기에서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바꿨다. 선발로 나온 임기영은 6회말 2사까지 5안타 6삼진으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볼넷이 1개도 없을 정도로 제구력이 좋았다. 그러나 2사후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았다. 평범한 우전 안타였는데, KIA 우익수 이명기가 실책으로 공을 빠트리며 오재일은 2루까지 도달했다.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가긴 했지만, 2사후 였다. 임기영도 투구수가 81개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6번 최주환 타석이다. 그는 2회말 첫 타석 때 중전안타를 쳤지만, 4회에는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임기영이 계속 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KIA 벤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임기영을 내리고 좌완 심동섭을 올려 최주환을 상대하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비록 심동섭이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여기서 또 빠르게 올린 김윤동이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2점차 리드에서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KIA 벤치의 굳은 의지가 빠른 교체 타이밍에 담겨 있었다.
▶실패로 돌아간 강공 선택
작전은 감독의 고유 영역이라 외부에서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회말 무사 1루에 나온 두산의 강공 선택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면서 경기 중반 중요한 추격점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0-2로 뒤지던 5회말. 두산은 선두타자 에반스의 유격수 앞 내야 안타로 무사 1루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석은 9번 김재호. 이전 타석까지 한국시리즈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타자다. 어깨 부상의 여파가 타격감 저하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앞선 3회말 첫 타석에서도 KIA 선발 임기영에게 투수 앞 땅볼로 당한 바 있다.
확률적으로 보면 김재호에게 희생 번트 작전을 지시해 1사 2루를 만든 뒤 한국시리즈 4할대 고감도 타율을 기록 중인 1번 민병헌에게 기대를 거는 편이 나아보였다. 민병헌은 3회말 임기영에게 중전안타를 치면서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만약 희생 번트 작전으로 1점이라도 냈다면 경기 후반 흐름이 바뀔 수도 있었다. 0-2보다는 1-2가 상대를 크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여기서 점수가 났다면 한국시리즈가 처음인 KIA 선발 임기영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끝까지 김재호를 신뢰했다. 어쩌면 김재호의 번트 능력을 믿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강공 작전은 실패했다. 김재호는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민병헌과 오재원이 연속 3루 땅볼에 그치며 추격점 기회가 지워졌다.
▶돌이킬 수 없는 경기 후반 실책
실책은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 승부에서 가장 피해야 할 함정이다. 특히 경기 후반, 그것도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그나마 경기 초반에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실책은 만회의 여지라도 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그 차이가 나타났다.
KIA의 실책은 덜 치명적이었다. 2-0으로 앞선 6회말 수비. 2사후 오재일이 우전안타를 쳤는데, KIA 우익수 이명기가 공을 빠트리면서 오재일이 2루까지 나갔다. 하지만 다행히 KIA가 불펜을 가동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이명기의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덕분에 치명적이지 않았다.
반면 두산의 후반 실책은 치명적이었다. 0-2로 뒤진 7회초 2사 1, 2루에서 김주찬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김재호가 잡지 못한 채 뒤로 흘려버렸다. 공이 외야쪽까지 굴러가는 사이 2루에 있던 발 빠른 대주자 고장혁이 홈에 들어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버나디나가 좌전 적시타로 3루 주자 김선빈마저 홈에 불러들인다.
하나의 실책이 2실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두산이 7회말부터 세 번의 공격 찬스를 남겨둔 경기 후반 시점이었다. 0-2와 0-4의 차이는 현격하다. 김재호의 7회 실책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였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