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어깨 부상 여파로 타격감이 좋지 않은 9번 타자 김재호에게 한방을 기대한 것일까.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경기 중반 두산의 추격 기회가 아쉽게 무산됐다. 0-2로 뒤진 두산의 5회말 공격. 선두타자 에반스가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아직 5회말이고 임기영이 한국시리즈 첫 등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여기서 1점이라도 뽑는 게 중요해 보였다.
다음 타자는 9번 김재호. 그는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7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이날도 3회말 첫 타석에서 투수 앞 땅볼에 그치며 8타수 째 안타를 치지 못했다. 어깨 부상의 여파로 온전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해다. 그래서 희생 번트 작전이 예상됐다. 아웃카운트 1개와 바꿔 에반스를 2루로 보내면 그 다음에는 1번 민병헌으로 타순이 이어져 득점 확률이 커진다. 민병헌은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4할1푼7리(12타수 5안타)의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날 3회말에도 임기영으로부터 중전안타를 친 바 있다.
그러나 이 타이밍에 두산 벤치는 김재호에게 번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강공으로 대량 득점을 원한 듯 하다. 하지만 8타수 무안타의 김재호에게 안타를 기대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결국 김재호는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민병헌이 내야 땅볼로 에반스를 2루에 보냈지만, 후속 오재원이 3루 땅볼에 그치며 두산의 추격점 기회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감독의 고유 영역인 작전은 외부에서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강공 보다는 오히려 희생 번트 작전이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내 아쉬운 부분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