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때 '언터쳐블' 면모를 과시하던 함덕주가 위태롭다.
함덕주는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 교체돼 7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성적으로만 보면 플레이오프처럼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태로운 모습이 눈에 띈다. 이날 함덕주는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동안 6타자를 상대했고 투구수도 28개로 많았다. 삼진은 하나 잡았지만 평소답지 않게 볼넷과 안타를 내줬다.
7회는 괜찮았다. 3루수 실책으로 1루를 내주긴 했지만 위기없이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8회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고 나지완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고 마무리 김강률로 교체됐다.
김태형 감독도 "함덕주가 주자가 나갔을 때 조금 더 끌고 갔으면 했는데 안돼 김강률로 교체했다"고 했다.
정규시즌 5선발로 뛰었던 함덕주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롱릴리프' 역할을 해줘야 한다. 1차전 같이 선발이 6이닝을 막았을 때 9회 마무리 김강률로 넘기기전 7,8회 2이닝을 책임져 줘야 두산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함덕주의 부진으로 김강률은 8회부터 2이닝을 소화해야했다. 이날은 실점없이 마무리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면 김강률의 구위까지 떨어질 우려가 있다.
김 감독은 함덕주의 부진에 대해 "초구 카운트를 못잡고 들어가서 본인이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함덕주가 플레이오프 4경기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등판했다는 것이다. 함덕주의 체력소모가 과도한 상황이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96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8개를 던져 포스트시즌에만 124구를 던졌다.
본인은 "피곤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결과가 말해준다.
물론 두산에는 함덕주만큼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플레이오프 때 모습을 보면 3명의 선발 투수들이 1차전 니퍼트처럼 6이닝을 버텨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함덕주의 쓰임새는 더 커진다.
선발에 이어 함덕주까지 흔들리면 두산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1차전에 승리하며 두산은 큰 고비를 넘었지만 당장 2차전부터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함덕주가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하며 호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두산은 큰 위기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