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스틱4'가 된 두산 베어스의 4명의 선발투수가 설욕전에 나선다.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은 지난 2016년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성하며 팀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판타스틱4'라는 닉네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장원준을 제외한 3명의 투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지난 해보다 못한 성적을 거뒀다. '언터처블'에 가까웠던 니퍼트는 대량 실점하는 일이 잦아졌고 보우덴은 어깨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고 몇경기 나서지 못했다. '제구 아티스트' 유희관도 기복있는 피칭으로 난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더 심각해졌다.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이닝인 34⅓이닝 무실점을 기록중이던 니퍼트는 1차전에서 5⅓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믿었던 '장꾸준' 장원준도 2차전에서 니퍼트와 똑같은 성적을 거뒀다. 보우덴은 3이닝 3실점 했고 유희관은 4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환장스틱4' '테러블4'라는 비꼬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하지만 타선이 폭발하며 두산은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국 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날 이 4명의 선발투수는 우연히 합숙하고 있는 호텔 사우나에서 마주쳤다. 유희관은 "사우나에서 서로를 보고 멋쩍게 웃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시리즈에서는 잘 하자'는 '도원결의'가 아닌 '사우나 결의'를 했다.
유희관은 "KIA는 강팀이다. 6,7차전까지는 갈 것 같다"며 "하지만 잠실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지난해 원정에서 했더니 영 분위기가 안살더라"고 특유의 넉살을 부렸다.
체력적인 면은 문제가 없다. 유희관은 오히려 경기 감각에서 '두산이 낫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해에 오래 쉬다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다보니 마치 개막전 느낌이 났다"며 "전체적인 경기력 부분에서 그랬다. 힘은 있지만 정교함이 떨어진다. 연습게임하는 것과 실전은 다르다"고 했다. 덧붙여 "KIA가 올해 아마 그럴 것 같다"며 "우리도 안쉰게 아니니 체력적인 면에서는 자신있다"고 했다.
그래서 경기감각을 찾지 못하는 초반에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희관은 "'니느님'이 어떻게 해주는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에이스니까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1점을 줄이는게 따라갈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더라"라며 "자신감 있게 공격적인 투구를 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환장스틱4'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듣게 된 두산의 선발투수들이 다시 '판타스틱4'로 돌아오는 것은 '승리'뿐이다.
광주=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