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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이호준, NC에 큰 발자국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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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 땅볼 전력 질주. 이호준의 마지막 기록이다.

NC 다이노스의 첫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선수 이호준은 신생팀에 큰 발자국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가 됐다. 4회말 2사 주자 1,3루 찬스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은 유희관을 상대해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자신의 인생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다. NC가 1승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호준의 진정한 마지막 경기도 막을 내렸다.

정규 시즌 홈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갖고, 가족과 팬들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이호준은 '보너스 게임'처럼 포스트시즌에 임했다. "어떤 타석, 어떤 경기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더욱 간절하게 하게 된다"면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비록 그가 꿈꾸던 은퇴는 아니다. 이호준은 그동안 여러 차례 "NC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싶다"고 했지만, NC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이호준은 벅찬 가슴을 안고,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그는 "후배들 덕분에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난다. 고맙다. 후배들에게 '공부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며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야구 해설가와 코치 연수. 여러 가지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이호준은 은퇴를 앞두고 지도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혔다. 후배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고싶은 바람이 결심을 하게끔 만들었다. 이호준은 "그동안 여러 선배들이 선수를 그만두고 코치가 되면 변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처음에 지도자가 되길 망설였던 이유도 내가 이상하게 변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하려고 한다. 선수때 하던 모습 그대로 가고싶다"고 털어놨다.

물론 끝내 NC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이호준은 "나조차도 '우승'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경직되고 힘들더라. 선수들이 이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시점이 돼야 우승을 할 것 같다"면서 "우승을 하고 떠나고 싶었지만, 신생팀이 이렇게 가을야구를 매해 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자체로 보람을 많이 느꼈고, 배운 점도 많다. NC는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며 NC 후배들이 곧 우승을 경험할 수 있을것이라 장담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경기가 끝이 났다. 더이상 '선수 이호준'은 볼 수 없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고졸 신인으로 지명을 받았고, 1996년 1군에 처음 데뷔했다. 해태에서 '그저 그런 유망주'였던 그는 SK 와이번스에서 본격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그리고 신생팀 NC의 첫 외부 FA 선수로 팀을 옮기면서 베테랑 선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프로 생활을 20년 넘게했으니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길을 걸어왔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이호준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나같이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가 있을까 싶다"는 그는 "스무살때는 아무 생각 없이 놀기도 했고, 결혼한 이후에 책임감이 생기면서 야구를 제대로 했다. NC에서 보낸 5년은 여유가 있었다. 행복하게 야구하고, 야구다운 야구를 했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다. 나는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난다"며 미소지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