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투수들 다 죽어."
플레이오프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감독이 한 목소리를 냈다. 바로 포스트시즌 들어 더욱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이다.
21일 4차전까지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는 볼넷이 총 36개, 홈런이 총 18개나 나왔다. 매경기 7개 이상을 볼넷이 나왔고 3차전에는 볼넷만 12개였다. 홈런도 2차전에 8개, 4차전에 6개가 나왔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번 시리즈는 만루도 너무 많고 볼넷도 너무 많다"며 "확실히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은게 느껴진다"고 했다. 덧붙여 "이렇게 스트라이크존을 안 넓하면 한국 야구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넣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이 못 견딘다. 투수들도 좀 살아야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요즘 팀들마다 4선발도 제대로 못만들고 있다. 좀 던지는 투수들이 있어도 중간투수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심판진들의 고충도 이해할만 하다. 워낙 관심이 집중되는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에 더욱 타이트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은 투수들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경기중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투수들의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경문 NC 감독도 이에 대해 공감했다. 김 감독 역시 "스트라이크존이 포스트시즌 들어 더 많이 좁아졌다. 심판들에게도 융통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2차전 10점차, 3차전 11점차로 벌어진 후에도 워낙 좁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타자들은 끊임없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경기 시간은 속절 없이 늘어났다.
김태형 감독은 또 방송사 중계화면에 나오는 스트라이크존 그래픽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태형 감독은 "그걸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더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각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스트라이크존을 그렇게 틀에 박아 버리면 어떻게 하나"라며 "말도 안된다. 시청자들 보기 편하게 하려는 것이라지만 그게 정확한 스트라이크존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하며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 문제가 부각됐다. 때문에 시즌 시작 때는 심판진들이 자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겠다는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스트라이크존은 어느새 예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가운데 포스트시즌에 들어오면서 더욱 좁아진 모양새가 됐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트라이크존을 지금 이대로 놔둬야할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