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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양의지에 가려졌던 박세혁, 두산 '포수왕국' 후계자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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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포수였던 박세혁이 이렇게 성장한 줄은 미처 몰랐다.

박세혁은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해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이날 두산은 14대3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박세혁은 6번-포수로 선발출전한 양의지가 갑작스런 허리통증을 호소해 2회부터 투입됐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존재감이 꽤 큰 선수다. 투수리드부터 전체적인 야수들의 조율까지 맡고 있다. 때문에 양의지가 빠진 두산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박세혁의 존재때문이다. 박세혁은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6-3으로 앞선 1사 3회 주자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박세혁은 오재원 타석 때 투수 해커가 타자에게만 신경쓰는 사이 도루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박세혁 활약의 백미는 7-3으로 앞서던 4회말 수비때였다. NC 박민우는 선두 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때렸다. 다음 타자 노진혁의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혔다. 1루에 있던 박민우는 두산의 중계 플레이가 삐끗한 틈을 타 2루까지 파고 들었다. 하지만 공은 다시 1루로 중계됐고, 박민우는 뒤늦게 귀루했지만 아웃 선언이 됐다.

원인은 박민우가 태그업을 하지 않아서였다. 플라이 타구에서 진루하기 위해서는 야수가 공을 포구하는 순간 원래 있던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박민우는 1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2루로 내달렸다. 착각이었다.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박세혁은 곧장 1루를 가리켰다. 공을 잡고 있던 3루수 허경민은 곧장 1루에 송구해 박민우를 아웃시켰다. 이 본헤드플레이로 NC의 팀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김태형 감독도 이날 박세혁을극찬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세혁이 너무 잘해줬다. 시즌 때 양의지가 안좋을 때 경기를 많이 뛴게 본인에게 자신감을 많이 생기게 해준 것 같다"했다. 박세혁 본인은 "얼떨떨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갑자기 들어가게 됐는데 안떨리면 사람이 아니다. 떨림과 설렘이 공존했던 것 같다. 한번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무대에서 2회부터 나가게 되니 긴장했는데 형들을 많이 믿었다. 이야기도 많이 하다보니 긴장감이 금방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포스트시즌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며 포수로서 주전급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해냈다. 양의지라는 걸출한 포수가 있지만 박세혁의 존재도 이제 두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