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1라운드 때 선수들의 입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제주도 특유의 돌개바람이 선수들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더니 3라운드에선 기세를 더했다. 더 강한 바람으로 선수들의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도 이틀간 맛본 제주 바람에 웃음부터 나왔다. 데이는 2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한국 최초 미국프로골프(PGA) 정규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3라운드 합계 3언더파 213타를 기록한 데이는 모건 호프만(미국), 라파 카브레라 벨로(스페인),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과 함께 공동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저스틴 토마스와 스콧 브라운이 랭크된 선두권과는 6타차다. 최종 라운드에서 다소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변수는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다. 샷감을 끌어올리고 바람을 잘 활용할 경우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경기를 끝낸 데이는 "골프인생에서 이런 바람은 처음 본다"며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바람이 분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터스에도 '도는 바람'은 있다. 그러나 바람이 멈췄다가 다시 불곤 하는데 제주도는 계속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고 덧붙였다.
강한 바람이 불 때 자신만의 샷 노하우가 있을까. 데이는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고 그 거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샷을 할 수밖에 없다. 바람을 잘 태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는 대회 개막 전 20언더파를 우승 스코어로 예상했다. 단 조건은 '바람만 없다면…'이었다. 이에 대해 데이는 "이같은 바람이 최종라운드에서도 이어지면 20언더파는 커녕 두 자릿수 언더파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