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무엇을 망설이는 것일까.
롯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롯데는 5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후반기 폭풍같은 질주를 하며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가을야구 첫판인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무릎을 꿇었지만,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NC는 강팀이다. 충분히 잘싸웠다.
그리고 조원우 감독과의 계약기간 2년이 끝났다. 그런데 재계약이 감감 무소식이다. 보통은 팀을 정비하고 마무리 훈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감독 재계약은 필수다. 만약, 조 감독을 대신해 다른 감독을 선임한다 해도 그 과정을 빨리 해야한다.
그런데 롯데를 고심하게 하는 건 도대체 뭘까. 조 감독은 2년 계약을 했었다. 보통 감독들은 3년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시 롯데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도 2년 계약을 하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로 그 이유를 대신했다. 김 감독은 우승 감독이 되며 3년 연장 계약을 했다.
조 감독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치자. 지난해에는 어려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진했지만, 올해는 결국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충분히 괜찮은 성적표다. 5년 동안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던 팀이, 여기서 더 바라는 건 오직 우승 뿐이었을까. 그건 지나친 사치다.
결국 이유가 있을 것이다. 롯데의 3위는 극적이었다. 후반기 무서운 돌풍으로 순위가 올랐다. 이는 전반기까지 부진했다는 뜻이다. 이윤원 단장 등 프런트가 조 감독을 불신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팀이 치고 올라가니 프런트 입장에서는 뻘쭘한 상황이 됐다. 이제 와서 두 팔 벌리고 조 감독을 맞이하는 것도 어색하게 된 것일 수 있다.
또, 재계약을 해주려면 계약기간은 최소 3년이 돼야하고 금액도 올라야 한다. 롯데가 이를 망설일 수도 있다. 롯데가 조 감독을 100% 신뢰하지 못해 성적에 대한 공로로 재계약을 해주는 대신 계약기간과 금액을 줄이는 건 이는 조 감독의 자존심을 크게 깎아 내리는 일이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 선수 운용에서 허점을 보였다고, 그 1경기로 '단기전 운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이는 너무 잔인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구단이 제어할 수 없는 윗선에서 새 감독 선임에 대한 압력을 넣는 것이다. 롯데가 시즌 중반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며 많은 인사들이 롯데 감독직을 탐내고 작업(?)을 했을 수 있다. 롯데는 야구단에 대한 구단주의 입김이 가장 강한 팀 중 한 곳이다. 그동안의 감독 선임도 늘 그래왔다. 야구에 대한 내용은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내려오는 감독을 위해 조 감독을 내보낼 명분을 찾고 있다면 롯데는 최악의 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롯데가 후반기 잘나갈 때 "선수들이 조 감독의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고 있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돌기도 했다. 선수들은 조 감독을 신뢰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