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하면 팽팽한 투수전이 떠오르죠. 4선발, 5선발을 불펜으로 돌리고 에이스를 중심으로 총력전을 펴죠. 하지만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는 뜨겁기만 합니다. 1차전에서는 NC가 13대5 대승을 거뒀고, 2차전에선 두산이 17대7로 압승했죠. 3년 연속 가을야구에서 맞붙은 두 팀. 서로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습니다. 두산 출신인 김경문 NC 감독, 포수 선배인 김경문 감독을 상대해야 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 얽히고 설킨 두 팀의 인연만큼이나 승부는 뜨겁습니다. 이제 승부는 잠실을 떠나 창원 마산구장으로 옮겨집니다. 취재 현장을 바쁘게 누빈 스포츠조선 야구 전문기자들의 뜨거웠던 뒷얘기를 모아봤습니다. <편집자주>
○…'응원단장' 에릭 테임즈, 맥주 때문? 1,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로 간 '전 NC 식구' 테임즈였는데요. 휴식차 한국에 온 테임즈는 에너지 덩어리 그 자체였습니다. 김경문 감독, NC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관계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 구단도 그가 얼마나 경기를 지켜보다 갈 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테임즈는 1,2차전 모두 거의 끝날 때까지 지켜봤는데요.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누구보다 야구를 즐겼습니다. 1차전 땐 응원단 리프트에 올라가며 NC 응원을 주도했는데요, 한 구단 관계자는 "혹시 맥주를 많이 마셔서 취한 것은 아닐까"라고 농담을 하더군요.
○…미디어데이에서 몇차전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에 손가락 3개를 펴 보인 두산 양의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 같습니다. 양의지는 양팀 감독과 선수 등 6명의 참석자 중 유일하게 손가락을 3개만 폈습니다. 3연승으로 끝내고 싶다는 뜻이었죠. 1차전서 NC에 패해 양의지의 예상이 맞으려면 NC가 3연승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거죠.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양의지는 "괜히 손가락 3개만 폈다"며 푸념을 하더군요. 2차전서 두산이 이겨서 양의지의 예상이 틀리게 된 게 그에겐 다행인 듯 합니다. 두산 유희관은 4차전,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 NC 모창민 임창민은 5차전까지 갈 것으로 봤습니다.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는 부슬비가 내렸는데요. 경기전부터 흩뿌리던 비는 오후 5시쯤 꽤 굵어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김경문 감독은 "하는 것이 낫다"며 웃었습니다.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1경기, 1승),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5경기, 3승2패), 플레이오프까지 쉴틈없는 강행군. 피곤할법도 한데 1차전의 좋은 기운이 끊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도 목이 빠질 것 아니냐. 빨리 빨리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웃었습니다. 두산과 NC가 혈투를 벌이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어부지리로 KIA만 좋아진다는 뜻이겠죠?
○…두산 류지혁이 1차전 수비 실책 때문인지 18일 2차전에 앞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당연히 2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줄 알았죠.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고 자신이 2번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한 류지혁은 깜짝 놀랐습니다. 혼잣말로 "와, 2번이래. 미치겠네"라고 하면서 지나가더군요. 놀랄만도 한 것이 1차전 땐 9번이었거든요. 류지혁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가득했습니다. 2차전에서 류지혁은 3회 중전안타로 출루해 김재환의 스리런 홈런 때 홈을 밟는 등 무난한 활약을 했습니다.
○…NC 재비어 스크럭스가 한국의 포스트시즌 열기에 푹 빠졌나봅니다. 특히 잠실 관중 응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놀랐다고 하더군요. 1차전 시작 전부터 응원이 시작되는 걸 보고 "정말 흥분된다. 미국과 야구는 같지만 음악, 공기, 팬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며 "미국 야구장에는 부드러운 음악만 나온다. 이 넘치는 에너지가 너무 기분 좋다"며 웃었습니다. 이런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덕분일까요. 스크럭스는 1차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죠.
○…"성욱아, 힘 좀 내봐라~" 2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 서있던 김경문 감독은 외야수 김성욱이 타격 훈련을 위해 배트를 들고 지나가자 웃으며 이렇게 응원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2014년 포스트시즌 엔트리 '깜짝 발탁' 이후 1군급 선수로 성장한 김성욱은 올해 성적은 썩 좋지 못했습니다. 포스트시즌들어서도 욕심에는 분명 못미치는 성적입니다. 김성욱을 2차전 선발 중견수로 내세웠던 김 감독이 '파이팅'을 불어넣은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김성욱은 이날 2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정리=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