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5)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 19일 오후 2시 서울시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불거진 한국 A대표팀 경기력 부진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향후 대책 등을 밝힐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A대표팀이 10월 유럽 원정에서 두 차례 모두 완패했다. 비록 친선경기였지만 러시아(2대4 패), 모로코(1대3 패)에 형편없이 무너졌다. 이런 결과에 실망한 축구팬들의 '댓글 민심'은 극도로 악화됐다. 또 지난달에는 '히딩크 광풍'으로 축구협회 안팎이 시끄러웠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관련자들이 출석 요구를 받기도 했다.
급기야 신태용 A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귀국(15일) 현장에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일부 회원들이 나타나 항의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와 구호를 통해 ▶총체적 폐단을 일으킨 축구협회장과 그 집행부 총사퇴 및 히딩크 감독 영입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사퇴 ▶문체부의 축구협회 비리 감사 세 가지를 주장했다. 또 16일 FIFA(국제축구연맹)가 발표한 10월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62위로 처음으로 중국(57위)에 뒤처지는 상황을 맞았다. 축구협회를 둘러싼 여론이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걸었다.
정몽규 회장이 '더이상 가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축구팬들의 축구협회와 A대표팀에 대한 불신을 지금 상태로 그냥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난 15일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위원장이 귀국 기자회견을 축구회관에서 가졌지만 나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몽규 회장이 나와서 국민들께 사과하고 A대표팀과 축구협회를 쇄신할 돌파구 등 대안을 내놓으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축구회관 안팎에선 정 회장의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두고 다양한 채널로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축구팬들의 불신과 답답한 마음을 일정 부분을 해소해줄 명쾌한 대안과 러시아 로드맵 또는 A대표팀 지원책을 발표할 지에 대해 밝힐지는 확실치 않다.
또 축구협회의 인적쇄신안, 지난해말부터 계속 이어진 전현직 임원들의 법인카드 과다 사용 등에 대해서도 속내와 대안을 밝힐 지도 주목할 사안이다.
정 회장의 기자회견 발언 수위와 내용에 따라 축구팬들의 민심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축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철저한 반성과 재도약 약속을 해준다면 나빠진 민심이 일부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반면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발언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을 경우 팬들의 실망감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