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숨, 고민. '장인' 김학범 감독의 주재료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완델손은 지난 여름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광주의 반전 카드였다. 그러나 살짝 아쉬웠다. 결정력, 연계, 개인기 모두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광주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내기엔 다소 부족했다.
김학범 광주 감독은 줄 담배를 태우며 고민했다. "아~ 이걸 어떻게 써먹지." 기량도 기량이지만, 고집도 있었다. 완델손은 김 감독의 손길에 좀처럼 자신을 맡기지 않았다. "딱 하면 싹 와야지. 프로가 촌스럽게…." 김 감독 손에 들린 건 또 담배다. 그리고 또 한숨.
'외국인선수 조련'엔 도가 튼 김 감독.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과거 강원, 성남서 '실패작'이라 불리던 웨슬리, 지쿠, 티아고를 터뜨렸던 '용병 장인'이다. 김 감독은 그간 붙박이로 나서던 완델손을 선발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용병이라 해도 몸은 100%가 돼야 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 "다른 애들 죽어라 하는데 혼자 편하게 차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
줄다리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완델손은 결국 김 감독의 품에 안겼다. 김 감독이 웃었다. "이렇게 올 거면 진작 했어야지."
확 달라졌다. 완델손은 지난 1일 제주 원정서 팀을 살리는 동점포를 터뜨렸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이어 8일 울산전에서도 골 맛을 봤다. 이번에도 동점포. 역시 결과는 1대1이었다.
그리고 15일 전남과의 일전. 완델손은 1-2로 밀리던 후반 13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마법의 시작이었다. 완델손은 투입 1분만에 전남 골망을 가른 뒤 후반 20분과 27분 연속골을 터뜨렸다. 해트트릭을 작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3분. 완델손은 팀의 4대2 역전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담배부터 찾는다.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북아일랜드 대표팀 공격수 니얼 맥긴 활용법 찾기다. 광주 역사상 최고의 이름값을 자랑하는 맥긴. 하지만 여지껏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재능은 매우 뛰어나다. 김 감독은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보고 딱 안다. 맥긴은 공 참 잘 찬다. 연습, 훈련 할 땐 상당히 좋다. 분명 클래스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K리그의 거칠고 빠른 스타일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맥긴과도 이야기를 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 더 거친 곳에도 있었지 않냐고 했더니 맥긴도 '그렇다'고 하더라"라며 "본인도 의지가 있다. 자신만의 것을 확실히 갖고 있는 선수이기에 기다려주고 있다"고 했다.
광주(승점 26)는 최하위인 12위다. 인천(11위·승점 33)과의 차이는 승점 7점. 이대로라면 강등이다. 이제 4경기 남았다. 완델손이 마음을 잡은 지금, 맥긴까지 눈을 떠야 광주가 산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