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더 자신있게 걸어가. 기죽지 말고."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벤치를 지키고 있는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풀이 죽은 후배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유격수 류지혁이 실책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류지혁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 주전 유격수로 나왔다. 원래 두산 주전 유격수는 김재호였지만, 그가 지난 지난 8월 29일 잠실 롯데전 때 박헌도의 파울타구를 처리하다가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히며 좌측 어깨 인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이후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완치가 되지 않았다. 결국 두산 김태형 감독은 류지혁에게 포스트시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김재호의 부상 이후 류지혁이 건실하게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포스트시즌의 부담감이 류지혁을 얼어붙게 한 듯 하다.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류지혁은 연거푸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3회에는 악송구 실책을 했고, 5회에는 1루수 오재일의 송구를 잡지 못했다. 송구 자체도 좋지 않았지만 류지혁의 캐치도 좋지 않았다.
이를 바라보는 김재호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자신의 공백을 잘 메워준 후배가 큰 무대에서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마치 자신의 책임처럼 느껴진 듯 하다. 김재호는 "지금 (류)지혁이의 경우 너무 큰 경기를 의식하고 있다. '실수하면 안돼' '잘해야돼'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어제도 경기 중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라"면서 "포스트시즌을 축제라고 하지 않나. 그렇게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류지혁이 마침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를 향해 김재호가 외쳤다. "지혁아, 자신있게 걸어가라!" 김재호의 응원이 류지혁에게 제대로 전달될까.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