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가 진짜 좋던데요? 와~ 그런 공을 어떻게 쳐"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허무하게 재역전패를 당한 두산 베어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서 NC를 상대로 이겼던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은근히 낙승을 기대했던 터라 더 어리둥절 한 듯 했다.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벌어진 모든 장면들이 믿어지지 않는 듯 했다.
그 가운데 특히 NC 네 번째 투수로 경기 후반 등판해 ⅔이닝을 던진 좌완 구창모의 구위가 경기 후 두산 타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빼어난 구위 앞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베테랑 외야수 민병헌이었다. 그는 1차전을 마친 뒤 "김준완(NC 중견수)은 좀 너무했다. 어떻게 그런 캐치를 하는지…"라며 말문을 열었다. 팀이 4-2로 역전한 4회말 2사 1, 3루에서 자신이 친 좌중간 안타성 타구를 김준완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게 내내 아쉽고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야구 후배인 김준완의 플레이에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병헌의 진짜 감탄은 이제부터였다. 그는 "그것보다 구창모의 구위가 정말 엄청나더라. 공이 정말 살벌하게 들어오는데, 어떻게 치나 싶더라"고 했다. 이날 구창모는 NC가 6-5로 재역전한 7회말 2사후 등판해 ⅔이닝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7회말 2사에서 첫 상대인 두산 4번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낸 구창모는 8회에도 등판해 5번 오재일을 역시 삼진으로 잡았다. 대타 박세혁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진성으로 교체됐다.
이런 등판내용을 살펴보면 다소 의문점이 든다. 정작 감탄사를 쏟아낸 민병헌은 구창모와 상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병헌이 구창모의 구위에 놀란 건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민병헌은 평소 눈썰미가 좋은 선수다. 더그아웃에서 상대팀 투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다. 비록 1차전에서 직접 상대하진 않았어도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뚜렷히 각인될 정도로 정도로 구창모의 구위가 위력적이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는 두산 전체 타자들의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자신이 상대한 투수들의 특징과 구위 등을 다른 동료들에게 알린다. 함께 공략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다. 결국 민병헌의 놀라움은 구창모에게 삼진을 먹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재완과 오재일이 전한 정보에 대한 두산 타자들 전체의 반응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1차전을 통해 NC 구창모는 두산 타자들에게는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구창모는 향후 활용도가 높다. 일단 필승 불펜조인데, 만약 시리즈가 장기화되면 깜짝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과연 두산 타자들은 이렇게 활용도가 큰 구창모를 공략해낼 수 있을까.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