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고육지책, 단기전 신의 한 수가 될까.
NC가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NC는 17일 두산과의 1차전에서 13대5로 대승하며 78.8%(5전3선승제 총 33번 중 26차례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 한국시리즈행 확률을 잡았다.
NC의 1차전 승리에는 여러 원동력이 있었다. 중견수 김준완의 '슈퍼캐치', 재비어 스크럭스의 역전 결승 만루포 등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여기에 두 번째 투수 제프 맨쉽의 연결고리 역할도 좋았다. 맨쉽은 선발 장현식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⅓이닝 1실점 하기는 했지만 스크럭스의 역전 그랜드슬램에 힘입어 이날 경기 승리투수가 됐다. 잘던지던 장현식이 역전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가운데, 이 분위기를 끊지 못했다면 두산이 일방적으로 치고 나갈 흐름이었지만, 중간에서 맨쉽이 버텨주며 NC의 불펜진에 바통을 이어줄 수 있었다.
NC는 1차전을 앞두고 미출장 선수로 이재학과 에릭 해커를 발표했다. 그래서 맨쉽 활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 감독은 불펜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실제 1차전 중요한 순간 불펜으로 나섰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앞으로는 불펜으로 나설 예정이다. 불펜에 힘이 필요했는데, 선수가 불펜 이동에 동의해줘 고맙다"고 설명했다.
맨쉽은 올시즌을 앞두고 NC가 야심차게 영입한 선발 요원이었다. 무려 18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맨쉽은 개막 후 7전승을 달리며 리그 최고 투수 중 1명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5월10일 넥센 히어로즈전 7승 투구 후 자취를 감췄다. 팔꿈치 통증이 원인. 그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만 뛰던 선수가 갑자기 선발로 연투를 하니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맨쉽은 2009년 빅리그 데뷔 후 줄곧 불펜으로만 뛰어왔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53경기 43⅓이닝 투구를 했다. 2015 시즌에도 32경기 39⅓이닝을 소화했다. 그 전까지는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선발로 던진 경험도 있었겠지만, 한국에 오기 전 2년은 완벽한 불펜 요원이었다. 갑자기 선발로 한 시즌을 던지려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를 먹은 NC였다. 초반 큰 기대감을 심어줬는데, 맨쉽의 부재와 부진 속에 NC는 마지막 정규시즌 우승 싸움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김 감독은 시즌 후반 "외국인 투수들에서 나오는 승리가 없다"며 늘 한숨을 쉬었다.
어찌됐든, 여기까지 왔다. 이제 한국시리즈만 바라보고 달려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맨쉽의 불펜행은 사실상 고육지책이었다. NC 입장에서는 맨쉽이 선발로서 완벽하게 1경기를 책임져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투구를 통해 봤을 때 선발로는 버틸 수 없는 구위라는 판들을 김 감독이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맨쉽을 써먹지 않을 수는 없어 불펜행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봐야한다.
그런데 잘만 활용한다면 NC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느낌이다. 살 떨리는 경기 근소하게 앞서거나 추격하는 상황 두 번째, 세 번째 불펜 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맨쉽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도 두 차례 등판한 경험이 있다. NC의 다른 젊은 투수들과 비교해 큰 경기에도 안정적인 제구력을 발휘할 확률이 높다. 또, 아직 불펜으로서의 감각이 남아있어 연투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