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8곳 중 6곳이 사업계획보다 축소해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매장 면적을 부풀려 계획했다가 축소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지역 면세점 매장면적을 확인한 결과 호텔신라와 호텔롯데(본점)를 제외한 6곳이 입찰 당시 매장면적을 최대한 늘려 심사받고 실제로는 축소해서 영업했다.
면세점 영업장 면적은 특허 심사에서 당락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한화의 경우 매장면적에 공용면적을 포함해 점수를 높게 산정하고, 롯데는 중소기업 매장면적을 적게 산출해 낮은 점수를 부여해 한화가 선정되고 롯데가 탈락했다.
그런데 HDC신라, 갤러리아63, 두타면세점의 경우 각각 1600~1800여㎡를, 에스엠 면세점의 경우는 2100여㎡ 가량 계획보다 축소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명동점), 호텔롯데(월드) 역시 사업계획보다 축소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 특허 선정 절차를 주관하는 관세청은 특허신청 업체가 면적 등 특허 요건을 충족하는지 현장 실사로 확인해야 한다. 설령 특허심사 시점에서 제반 요건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 대하여는 특허장 교부 시점에서 사업계획서 이행여부를 최종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HDC신라 면세점의 경우 사업계획서에는 매장면적을 1만3322㎡(약 4029평)로 내놓고 실제 특허장을 받을 때는 1만1206㎡(3389평)로 640평 축소 운영하겠다고 했는데도 관세청은 특허장을 교부했다. 에스엠 면세점의 경우에도 사업계획서에는 6981㎡(약 2111평)의 면적을 매장면적으로 계획하였음에도 특허장 교부시 6345㎡(1919평)로 축소 운영하도록 특허를 내줬다.
사업계획서와 현재 면적의 차이가 가장 큰 면세점은 에스엠 면세점으로 약 2189㎡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HDC신라(-1808㎡), 갤러리아63(-1764㎡), 두타 면세점(-1624㎡) 순이었다.
박 의원은 "면세점 사업자가 되기 위해 기업들이 매장면적을 부풀리는 행태도 문제고 관세청이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계획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는 행정 제재 등을 부과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면세점의 대기업 편중 현상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12조2757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보따리상에 제공하는 파격적 할인혜택과 송객 수수료 지급 등으로 수익 구조가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올해 경영악화로 사업을 철수한 면세점은 총 4곳(대기업 1곳, 중소기업 3곳)이다.
이 같은 경영난 속에 대기업 면세점의 편중 현상은 지속돼 지난해 대기업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전체 87.7%로 2015년 87.3%보다 소폭 늘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2015년 6.4% 대비 1%포인트 이상 늘어난 7.6%를 기록하긴 했지만 단 한번도 10%를 넘어선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윤호중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중견 면세점이 공생하고, 면세점의 본래 취지에 맞게 보따리상 매출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면세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후'로 총 3650억2600만원 어치를 판매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3649억 47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