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안되는데…"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다. 아무래도 좋은 컨디션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게 마련인 탓. 하지만 두산 베어스 선발 장원준은 역발상을 하고 있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은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왜일까.
장원준은 17일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을 앞두고 가을 잔치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2차전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큰 장원준은 "아무래도 친정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면서 NC가 플레이오프 상대가 된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정규시즌에서는 오히려 롯데전에 좀 더 잘 던졌다. 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00에 1승1패를 기록해, 3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3.78, 1승1패였던 NC전보다 나았다. 그래도 '친정팀'이라는 심리적 부담감이 남아있는 듯 하다.
어쨌든 NC를 상대하게 된 장원준은 여느 선수들과는 다르게 "컨디션이 좀 안좋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장원준은 그 이유에 관해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던질 때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다. 그러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했다. 실제 사례도 들었다. 장원준은 "지난 KIA전(9월22일 광주, 7이닝 무실점 승) 때 정말 컨디션이 안좋았다.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하는데 포수까지 어찌나 멀게 보이던지. 공을 던졌더니 한참 동안 가더라. 그런데 결과는 좋았다"고 말했다.
투구 전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더욱 신중하게 투구를 하게 돼 결과가 좋게 나오는 케이스다. 불필요한 힘이 빠지면서 제구력이 오히려 향상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례가 모든 투수들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나쁜 컨디션을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건 일류급 투수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현 야구대표팀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도 과거 삼성, KIA 감독 시절 현역 시절 경험담이라며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장원준이 좋은 컨디션을 경계하는 이유, 결국 NC전에서 신중하게 호투해 승리를 이끌고 싶다는 뜻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