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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척해진 신태용 감독 "내년6월 러시아서 인정받는 팀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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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힘듭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신 감독, 힘드시죠?"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신 감독은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유럽 원정 2연전(러시아, 모로코)에서 연패한 후 경기력과 관련 비난 여론이 거셌다. 독일에서 기술코치, 피지컬코치 후보를 면접한 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때 사용할 전훈캠프 후보지를 돌아보고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선 일부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펼쳤다. '한국 축구 사망했다' '문체부, 축구협회 비리 조사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축구협회는 인천공항 경찰들의 안전 우려에 따라 현장에서 일정을 급변경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공항 귀국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기자회견으로 대체됐다. 귀국하기가 무섭게 날선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신태용 감독 "11월 평가전, 월드컵 주축 멤버로 최고 강팀과…"

여유만만, 패기만만, 유쾌하기로 소문난 신 감독의 얼굴에서 최근 몇달간 웃음기가 사라졌다. '독이 든 성배'라던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직후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과 잇단 강행군으로 눈에 띄게 수척해진 신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내년 6월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과정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귀국길 예기치 않은 항의 시위에 "축구팬들께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드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며 표정을 굳혔다.

팬들의 비난 여론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 스플릿리그를 앞둔 민감한 시기, 해외파만을 소집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선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K리그가 살아야 대표팀이 산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생을 위해 그 길을 갔다"고 설명했다.

11월 A매치 평가전부터는 러시아월드컵에 나갈 선수 중심으로 조직력의 기틀을 갖출 뜻을 비쳤다. "11월부터는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로 틀을 만들고, 기본 축을 만들어서 조직력과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11월 2차례 평가전의 상대로 최고의 강팀을 희망했다.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약체와의 평가전을 통해 결과를 만드는 우회로는 택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우리보다 약한 팀은 절대 없다"고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했다. 강팀과의 진검승부를 통해 러시아월드컵까지 깨지면서 단단해지는 길을 희망했다. "축구협회에도 11월 평가전, 3월 평가전에 최고 좋은 팀을 불러달라고 했다. 강한 팀과 붙어야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론이 안좋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는 내년 6월 월드컵이 문제다. 평가전을 잘하고, 월드컵 가서 못하는 것은 아무 필요없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결과는 못가져왔지만 2연전 패배가 제 로드맵에는 상당히 도움이 됐다. 평가전만 잘 치른 후 희희낙락 월드컵에 가서 전패해본들 아무 소용없다. 지금 매 맞고, 준비할 부분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위기에서 '최종목표' 러시아의 희망을 노래했다. "팬들은 실망할 수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한다 해도 지금 당장은 인정 못받을 수 있지만, 내년 6월에는 인정받을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호곤 위원장 "책임? 사퇴? 아직 할일이 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팬들의 비난 여론에 대해 겸허히 고개 숙였다.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어떤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민적 비난의 이유를 '경기력'에 대한 실망으로 봤다. "월드컵 최종예선과 평가전까지 4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신 감독은 선수 파악이 우선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경기력이다. 국민적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을 향한 응원을 호소했다. "경기력이 나쁠 때 비난은 당연하지만 지금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져 있다. 선수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실 시점이다. 신 감독도 저로 인한 문제(히딩크 감독 논란)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 비난은 저에게 해달라. 신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논란'의 시작점이 된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과의 진실 공방에 심적 괴로움을 토로했다. 노 총장이 지난 13일 문체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히딩크 선임 논란은 또다시 이슈가 됐다.

김 위원장은 "축구인생 50년 중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정감사 불출석에 대해 "대표팀 기술위원장으로서 미리 잡혀있었던 일정이고 회피하려 안간 것은 절대 아니다. 러시아 전훈 캠프 등을 알아보는 임무수행을 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지금 이 일을 계속 논의한다는 것이 마음 답답하다. 이 논쟁이 지금 무슨 도움이 되나. 근 50년간 축구인으로 살았다. 거짓말한 적이 거의 없다. 히딩크 감독님과도 잘 협의가 됐다. 지금 한국축구는 갈 길이 바쁘다"는 말로 소모적 논란의 종식을 희망했다.

대표팀과 협회를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시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누가 책임지고 누가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위기의 한국축구를 위한, 강한 각오로 기술위원장직을 어렵게 맡았다.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를 뚫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기술위원장으로서 경기력에 대한 책임을 지라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많다. 러시아월드컵까지 잘 가게 하는 것이 내 임무다. 내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고, 대표팀에 보탬이 안된다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축구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 팀은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A매치 2경기, 12월 동아시안컵, 내년 1-2월 2주간의 훈련이 끝나면 3월 평가전에서는 팀의 조직력이 궤도에 오를 것이고 팀의 확실한 윤곽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겠지만 믿고 지켜봐달라. 협회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