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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화의 HOOK가요] '해체'가 걸그룹의 숙명이라면..예은과 선미의 모법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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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장수하기가 참 쉽지 않은 구조다. 새로움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이미 소비된 이미지를 극복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해야 하는데,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밑에서는 다채로운 매력을 겸비한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걸그룹으로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이에 다방면으로 활동을 뻗치는 경우가 많다. 강점인 외모와 경험이 그나마 도움이 되는 연기쪽으로 전향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노련함과 캐릭터를 앞세워 MC 등 예능 쪽으로 진출하는 이들도 있다. 가수로서의 모습을 지지했던 팬들이라면 실망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욕 먹지 않을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비난 받을 일은 물론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에는 '음악'을 택해 한 길을 걷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최근 10년차 걸그룹 원더걸스를 떠나 솔로 활동을 시작한 예은과 선미가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모법답안이겠다.

'새 신발'을 신고 '나란 책'을 시작한 예은. '가시나'로 정상을 저격한 선미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두 멤버가 솔로 가수로 성공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했고, '스타'가 아닌 '가수'가 꿈인 후배들에게 귀감을 사고 있다. 선미는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와 음악방송 1위를 휩쓸면서 표면적으로 성공을 증명했고, 예은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앨범으로 팬들과 업계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뮤지션 '핫펠트'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원더걸스를 떠나 보여준 첫 행보'라는 화제성이 성공에 일조 했을 수도 있겠으나, 이 같은 관심을 '인정'으로 이끌어 낸 것은 자신들이었다.

그룹 활동 당시보다 개인들의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자기 색깔을 낼 줄 알고, 이것이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작업물로 이어질 경우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붙이곤 하는데,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제법 '아티스트'스럽다. 선미는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강점으로, 예은은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한 바다.

이들이 뮤지션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달라진 환경이다. 아이돌의 시스템이 정립한 회사를 떠나, 개인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기획사와 손을 잡은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 였을지 모른다. 속한 회사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좀 더 자신의 작업에 집중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회사를 만났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선미가 속한 메이크어스는 그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음악적인 작업에서 자유를 보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더하는 방식을 취하며 지원했다. 페이스북 등 SNS 활용을 통해 선미의 작업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힘쓴 부분도 성공의 포인트로 꼽힌다. 아메바컬쳐와 예은은 찰떡궁합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예은이 가진 것들이 '핫펠트'로서 완연하게 발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않았다. 이에 그가 가진 매력이 좀 더 풍성하게 살아난 모양새. 레이블의 알짜배기 실력파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높은 완성도를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해볼 포인트다.

10년차 걸그룹에서 이제 솔로로 첫발을 딛은 두 사람이다. '장수'가 쉽지 않은 걸그룹 시장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후배 가수들의 불안 요소를 줄이고, 음악에 정진할 수 있는 격려가 된다는 지점에서 고무적이다.

joonam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