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포스트시즌에 비에 대해 나쁜 추억이 있었다. 지난 2011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당시 롯데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었다. 준플레이오프 승자인 SK만 꺾으면 1999년 이후 12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SK와 접전을 벌여 4차전까지 2승2패의 팽팽한 승부를 했다.
그런데 마지막 5차전을 앞두고 사직구장에 비가 내렸다. 계속 내리는 비에 결국 우천 취소. 둘 다 하루의 시간을 더 벌었는데 롯데는 불안감을 보였고, SK는 미소를 되찾았다.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 KIA와 4차전의 접전을 벌였던 SK는 플레이오프 4게임까지 포스트시즌 8경기를 치러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5차전이 낮경기라 SK 선수들의 체력적 게이지는 뚝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비로 인해 하루를 더 쉰 SK는 힘을 냈고, 박정권의 연타석 투런포 등 타격으로 롯데를 8대4로 눌렀다. 롯데로선 하늘의 비를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상황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롯데는 비로 인해 하루의 시간을 벌었다. 1승2패로 뒤진 가운데 12일 열릴 예정이던 NC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계속 내린 비로 인해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비가 누구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13일 열리는 4차전의 결과로 알 수 있다.
이제 3경기를 한 롯데이기에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전날 상대에게 홈런 5개를 맞으며 6대13으로 대패를 하며 1승2패의 벼랑 끝으로 몰린 롯데이기에 비로 인한 휴식이 일단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11년에 비로 인한 아쉬움이 컸던 롯데이기에 이번엔 비로 인해 '우리에게 행운이 온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하루 연기로 인해 롯데는 1차전에 나왔던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을 다시 선발로 내면서 4차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승기를 잡은 NC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승을 챙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할까 아니면 비의 행운을 업은 롯데가 시리즈를 5차전 마지막 승부까지 이어갈까. 비가 만들어낸 운명의 장난이 팬들에겐 더 흥미를 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