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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못미치는 FIFA랭킹, '죽음의 조' 자초한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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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제대로 뒤틀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뒤 10월에 곧바로 두 차례 유럽 원정 평가전을 계획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끌어올려야 했다. 협회는 FIFA랭킹을 조금이라도 올려 12월 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펼쳐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추첨에서 최하위 시드를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지난달 15일 바뀐 월드컵 조 추첨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FIFA가 공개한 새로운 추첨 방법에 따르면, FIFA랭킹이 높은 팀이 상위 포트를 차지할 수 있다. 10월 FIFA랭킹이 공개되는 16일을 기준으로 FIFA랭킹 1~7위까지 총 7개 팀과 개최국 러시아가 1번 포트에 배정된 뒤 다음 8개국 그룹들이 순차적으로 2∼4번 포트를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1~4번 포트가 완성되면 각 포트에서 1장씩을 뽑아 4개국씩 A조∼H조에 편성하게 된다. 다만 유럽을 제외하고 같은 대륙의 나라가 한 조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사실 한국은 10월 러시아, 모로코와 평가전을 잘 치른다고 해도 최하위 시드 배정은 불가피했다.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이 있었기에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두 차례 졸전 끝에 참패했다. 협회의 바람도 무산됐다.

FIFA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FIFA랭킹 예상 툴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랭킹에서 588점을 기록했다. 9월 FIFA랭킹 포인트 659점(51위) 보다 무려 71점 폭락한 수치다. FIFA랭킹 하위 팀들과의 경기에서 완패하는 바람에 FIFA랭킹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을 함께 통과한 이란(784점), 일본(711점)은 물론 북중미 예선에서 기적처럼 월드컵 무대를 밟은 파나마(670점·이상 10월 예상 랭킹포인트)보다 점수가 낮다.

전체 순위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60위권으로의 급추락이 예상된다. 588점을 9월에 적용시켜도 62위에 해당한다. 순위와 점수가 실제 전력을 온전히 반영하는건 아니지만 현재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면 반박 불가의 수치다.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러시아행에 실패한 중국(626점)보다 FIFA랭킹에서 밀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본선에 출전하는 32개국 중 FIFA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 될 수 있다. 안정환 해설위원의 말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결국 조별리그에서 1승 제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상대해야 할 3팀 모두 랭킹이 높은 강팀과 죽음의 라운드를 펼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자초하고 말았다.

최악은 유럽 2팀, 남미 1팀과 묶이는 것이다. 유럽 14개국과 대부분의 남미 팀들이 20위권 내에 몰려있다. 앞으로 남은 8개월여간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와 똑같이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 돌아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와 맞먹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