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경주에서 경주 운영의 첨병 또는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는 선행형 선수들이 최근 무섭게 변신을 꾀하고 있어 경륜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행형'이라 함은 상대를 활용하는 작전없이 한 바퀴 또는 반 바퀴를 자력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을 말한다. 대체로 순발력에 비해 지구력에 자신 있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주행 기술이 떨어지는 비선수 출신들, 위험한 몸싸움을 체질적으로 싫어하거나 대열 후미 주행을 답답해하는 선수들이 선호하기도 한다.
경륜 경주에서는 경주 초반 무섭게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종반 역전을 쉽게 허용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이는 바람 또는 자전거가 나아가며 발생되는 공기 저항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인데 흔히 대열 선두에서 달리는 선수는 바로 뒤 몸을 웅크리며 쫓아오는 선수에 비해 약 30% 가량 힘을 더 소모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 바퀴 선행승부로 결승선을 통과하려면 그만큼 많은 체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이 요구된다.
이런 선행형 선수들이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 바퀴를 앞에서 끌어줄 줄 알고 자리를 내주었더니 돌연 마크, 추입 같은 변칙 작전으로 돌아서기도 하고, 교묘하게 뒷 선수를 외선으로 병주시켜 바깥으로 흐르게 만드는 견제도 한다.
우수급 붙박이로 활약 중인 조용현(32·16기·A1반)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2,3착 전문 선수였다. 연대율은 50%에 육박하지만 승률은 10% 미만인, 그야말로 복승이나 삼복승 전용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2일 토요일 광명 경주에서 조용현은 뒤따라오던 우승후보 주효진을 병주상황에서 밀어내며 1위로 골인했다. 당시 정점식과 동반입상, 쌍승 129.2배의 고배당을 터트렸다. 이후 조용현은 심심찮게 이런 작전을 구사하거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젖히기나 추입을 시도하며 연대율은 물론 승률도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 7회차 총 21경기의 성적을 살펴보면 연대율이 76%, 승률은 38%에 달한다. 더 이상 초반에만 쌩쌩 달리다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2,3착 전문 선수가 아니다.
최근 선발급에서 선행형 강자로 급부상한 설영석(30·19기·B1반)도 마찬가지다. 지역 선배로 선행형의 대명사인 장보규가 롤모델이라는 설영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종만 치면 열심히 끌다 사라지는 존재감이 없던 선수였다. 2016년 총 59경기에서 선행으로 2위 입상 다섯 차례가 전부였다. 연대율 24%, 승률은 고작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꾸준한 훈련으로 각질이 선행에 맞게 변화했고 이후 완급조절능력 및 후위 견제력까지 향상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시즌 현재까지 45경기에 출전해 선행 우승 4회, 2착 7회로 승률 36%, 연대율 49%의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설영석은 지난 9월 15일에 펼쳐진 광명 2경주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박효진, 박유찬을 따돌리고 우승하며 쌍승 34.8배를 선사했는데, 인터뷰에서 강자들과의 경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른바 '병주 선행'을 맹연습중이라 했다. 특선급 선행선수의 대표격인 강준영도 지난주 토요일 경주에서 돌연 마크로 작전을 변경해 알토란 같은 2위 입상에 성공했다.
하나였던 무기가 두개, 세개로 늘어나다보니 성적은 절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선행형들의 변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좋은 위치를 얻어 활용할 상대가 있다면 최대한 승부거리 좁혀가기, 두 번째는 뒤에서 역전을 노리는 추입형이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게 병주로 견제하기, 마지막으로 상대가 강할 때 비록 입상에 실패하더라도 선행전법을 통해 주도형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후 결정적인 시점에 좋은 위치에서 작전을 바꿔가는 것 등이다.
과거 잘나가던 선행형 선수들이 나이에 따른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비교적 체력 소모가 덜한 마크 추입형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최근 선행밖에 모르던 선수들이 마치 유행처럼 상대 견제 등의 기술적 보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점점 진화되는 선행형들의 변신을 고려해 베팅 전 경주 추리나 분석을 좀 더 다양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