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홈런이 드디어 터졌다. NC 다이노스가 더 높이 비상(飛上)하기 위해서는 재비어 스크럭스의 한 방이 필요하다.
NC 외국인 타자 스크럭스는 팀 동료들과 참 잘 어울리는 선수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KBO리그를 존중하면서 문제 없이 생활하지만 스크럭스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녹아들었다. 유쾌한 성격에 진지한 훈련 태도 또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베스트'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NC 김경문 감독도 스크럭스의 그런 점을 높이 사며 자주 칭찬한다.
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에릭 테임즈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어떤 선수가 와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NC는 외국인 타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스크럭스의 역할이 중요했다. 김경문 감독이 초반부터 최대한 스크럭스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화이팅을 불어넣으며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 스크럭스를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스크럭스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보냈다. 정규 시즌에서 3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비록 부상으로 결장한 기간도 있었고, 타격에 있어서도 공략점이 상대팀들에게 어느정도 파악된 후에는 기복있는 활약을 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현재 10구단 통틀어 손에 꼽히는 선수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래서 스크럭스는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첫 포스트시즌을 즐기고 있다. 약간 시동이 늦게 걸리기는 했지만, 1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1회말 선제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NC가 기다렸던 한 방이다. 스크럭스가 롯데 선발 송승준을 경기 초반 흔드는 홈런을 쳐주면서 분위기를 끌어왔고, 공격력을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4번타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스크럭스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동료들 모두 하나가 되어 축제를 즐기는 것 같다"면서 "나 역시 많은 관중들이 모인 경기장에서 뛰니 훨씬 더 힘이 난다. 부산 사직구장은 롯데팬들이 많다고 해도 전혀 불리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며 흥분감을 표현했다. 자신이 해야할 역할은 분명히 알고있지만, 그렇다고 개인 성적에 연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스크럭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내 목표는 한가지, 오직 팀이 이기는 것이다. 개인 성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오래 뛰었지만, 그는 아직 제대로 된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스크럭스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소속팀이 트리플A 우승을 차지한 것이 내 우승의 전부다. NC 선수로 뛰는 동안 꼭 KBO리그 우승 반지를 껴보고 싶다"고 했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