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큼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말은 덤덤하게 했지만 그 속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두산 베어스 왼손 에이스 장원준이 플레이오프 등판 준비를 마쳤다.
장원준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상무와의 연습경기서 선발로 나왔다. 지난 9월 29일 잠실 LG 트윈스전(7이닝 2안타 1실점 승리) 이후 12일만의 등판. 컨디션 조절 차원이라 2이닝만을 던졌는데 35개의 공을 뿌리며 3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가 최고 143㎞, 커브(최고 122㎞) 슬라이더(최고 135㎞) 체인지업(최고 133㎞) 등 자신이 던지는 구종을 다양하게 체크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2차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장원준은 경기후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보였다. "오랜만에 게임을 하는 거라 구위 테스트를 했다.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체인지업이 좀 왔다갔다했다"라고 이날의 피칭을 평가했다.
'장꾸준'이란 별명답게 올시즌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올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9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다승은 팀동료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은 2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원준은 "올시즌 초반엔 몸이 안좋아서 걱정을 했었다. 왠지 힘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가 몸상태가 좋아졌고, 갈수록 성적이 잘 나온 것 같다"라고 정규시즌을 돌아봤다.
이제 더 잘하는 포스트시즌이다. 롯데시절엔 포스트시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준PO와 PO 등에서 총 7경기에 등판한 장원준은 28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시즌 FA로 두산으로 온 이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2년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총 4경기에 나와 3승에 평균자책점 1.84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완벽했다. 201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선 7⅔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지난해엔 NC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8⅔이닝 동안 10안타를 맞았지만 무4사구로 단 1실점만 하며 시리즈의 분위기를 두산으로 돌렸다.
장원준은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바뀐 이유를 경험과 멘탈로 설명했다.
"두산에 처음 왔을 때 큰 경기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또 국제대회도 갔다오니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자신감이 더 생겼다"라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얻은 경험이 쌓인 것이 계속 좋은 피칭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잘하려고 하지 않는 멘탈이 좋은 피칭을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난 잘하려고 하면 안되더라.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잘됐다"라는 장원준은 "예전엔 너무 잘하려고 했고, 역효과가 났었다. 이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친다고 다 안타가 되나'하는 생각으로 볼카운트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공격적으로 던진다"라고 했다. 줄 점수는 준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던진다고 했다. "안타맞고 홈런을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3B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그런 마음으로 타자들이 안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라며 "점수를 주면 '내가 원래 그렇지'라고 털어버리고 던진다. 던지기 하루 전부터 마음을 비우기 위해 최면을 건다"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말했다.
올시즌 '장꾸준'의 포스트시즌은 어떨까. 또한번 '우승 청부사'라는 말을 들을까. 일단 지금까지의 준비는 좋아 보인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