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5년만에 가을 잔치를 즐기고 있지만 간판타자 이대호가 전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마운드가 초반부터 무너지는 바람에 6대13으로 크게 패했다. 롯데는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최강 수준의 필승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날은 이들을 기용할 기회가 없었다.
주목할 것은 4번타자 이대호가 5타수 4안타를 쳤음에도 그 화려한 타격감을 팀의 공격이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대호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1~3차전 동안 13타수 6안타(타율 0.462)를 기록했다. 그러나 홈런은 둘째 치고 그 중요한 타점 하나가 없다. 이날은 오히려 득점만 득점 2개가 나왔다. 앞뒤 타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상황이 이대호의 결정력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2회초 선두 타자로 나가 우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날린 뒤 신본기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고, 5회에는 2사후 우중간 안타를 친 뒤 앤디 번즈의 밀어내기 사구로 홈을 밟았다. 테이블 세터가 해야 할 일은 4번타자 이대호가 펼쳤던 셈.
1~2차전이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된 반면 이날 3차전은 활발한 타격전이 초반부터 벌어졌다. 하지만 롯데는 5개의 홈런을 터뜨린 NC의 큼지막한 공격 패턴을 당해내지 못했다. 안타와 4사구를 합친 출루가 롯데와 NC는 똑같이 19개였다. 집중력의 차이, 그리고 이대호라는 걸출한 강타자의 쓰임새를 이용하지 못한 타선이 문제였다. 3차례의 만루 추가득점 기회, 그리고 13개의 잔루. 롯데는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특히 이날 2번 타순에 김문호(4타수 무안타)가 나선 것은 악몽이었다.
이대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해외로 떠났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 최강 타자의 면모를 발휘하기 위해 힘쓴 뒤 올해 6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조원우 롯데 감독의 말대로 이대호는 '이대호'였다. 정규시즌서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을 때리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그러나 가을야구는 역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팀과 선수는 자연스럽게 롯데와 이대호다. 2차전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NC 나성범의 부러진 배트에 발목을 맞고 출혈상을 입은 게 큰 화제가 된 것도 롯데이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부산 사직구장과 창원 마산구장에서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는 뭔가 한 방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대호는 아직 홈런이 없다. 이날 NC가 자랑하는 나성범, 스크럭스, 모창민, 노진혁 등은 5개의 홈런을 고비마다 타구를 외야석으로 날려보냈다.
안타를 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같은 안타라도 장타가 유리하다. 롯데는 '집중력' 측면에서 이대호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도 특유의 장타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롯데 선수들 대부분이 5년만의 가을야구가 생소한 느낌이다. 창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