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독해졌다. 인정사정없는 마운드 운용, 경기중 분명한 상벌. 가을야구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습이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려 8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13대6 승리를 쟁취했다.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체제에서 1승1패 뒤 3차전을 손에 넣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역대로 100%(4차례)였다. 3차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김 감독은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온 지도자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 감독은 1회와 2회 아쉬운 수비를 했던 박석민을 3회초 벤치로 불러들였다. 분명한 질책성 교체지시. 대신 지난달 상무에서 제대한 노진혁을 투입했다. 이름값에서 비교가 안된다. 박석민은 올시즌 부진하며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지만 4년간 96억원을 받고 NC에 합류한 초고액 FA다. 노진혁은 연봉 4300만원의 4년차 신출내기. 김 감독은 박석민을 벤치에 앉히면서 선수단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상무 시기를 포함해 정규시즌에서 지난 3년간 홈런이 없었던 노진혁은 롯데가 3-2로 따라붙은 직후인 3회말 추격을 따돌리는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8회에 또다시 솔로 홈런을 추가하며 4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4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노진혁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3차전 선발 제프 맨쉽을 4회를 끝으로 내린 부분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이날 맨쉽은 4이닝 동안 83개의 볼을 뿌리며 3안타 볼넷 3개 2실점(비자책) 했지만 탈삼진을 5개나 뽑았다. 맨쉽은 올시즌 롯데에 강했다. 3경기에서 2승(평균자책점 2.33)을 거뒀다. 투구수에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퀵후크'를 단행했다. 이날 NC는 무려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1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선발요원인 이재학을 마운드에 올리기도 했다. 13-6으로 앞선 9회에는 마무리 임창민까지 등판시켜 승리에 콘크리트를 입혔다.
김 감독에게 단기전은 스트레스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 감독은 "맨날 2등만 한다"며 껄껄 웃는다. 2017년은 프로 사령탑 14번째 시즌. 올해로 한국나이 60세. 감독 중 최고참이다.
지난 13년간 김 감독은 단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인 2005년, 2007년, 2008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NC의 창단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에 4전전패를 당했다.
올해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10대5 NC 승리), 이번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를 모두 포함해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32승37패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7승8패다. 페넌트레이스의 안정적인 지도력에는 분명 못미치는 성적이다.
하지만 올해 김 감독은 변했다. 단기전용 맞춤형 극약처방도 마다하지 않는다. NC의 2017년 가을야구가 어떤 결말을 낳을 지 지켜볼 일이다. 창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