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메시였다.
리오넬 메시가 해트트릭으로 아르헨티나를 러시아로 인도했다. 메시는 11일(한국시각) 에콰도르 키토의 올림피코 아타후알파 스타디움에서 가진 에콰도르와의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혼자 3골을 터뜨리는 원맨쇼로 팀의 3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앞선 예선 17경기서 4골에 그쳤던 메시는 이날 예선 처음으로 한 경기 1골 이상을 터뜨린 것 뿐만 아니라 해트트릭까지 쓰면서 포효했다.
메시는 예선 기간 내내 자국 언론의 비난에 시달렸다. FC바르셀로나에서는 화려한 발재간과 골 결정력을 발휘했음에도 대표팀에만 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선에서 4골을 터뜨렸으나 2골이 페널티킥 득점인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28일에는 칠레전에서 경기 중 심판에게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4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철회되는 등 해프닝도 빚어졌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를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대표팀 동료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도 메시 덕분"이라고 옹호했지만 메아리만 칠 뿐이었다. 아르헨티나가 남미예선 5위까지 떨어졌고 파라과이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본선행마저 불투명해지자 메시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에콰도르는 메시의 발만 쳐다봤다. 메시가 볼을 잡으면 여지없이 에콰도르 수비수들의 발이 들어갔다. 메시가 집중견제를 당하고 아르헨티나가 경기시작 1분 만에 실점하면서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해왔던 아르헨티나 축구의 빛도 스러지는 듯 했다.
위기의 순간. 메시가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12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아크 왼쪽에서 볼을 잡은 메시는 페널티에어리어 내 왼쪽으로 오버래핑하던 앙헬 디마리아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문전 왼쪽으로 침투해 디마리아의 패스에 왼발을 갖다대는 감각적인 결정력을 발휘했다. 7분 뒤에는 디마리아의 침투패스를 에콰도르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사이, 메시가 아크 왼쪽에서 이를 잡아 페널티에어리어 내 왼쪽으고 치고 들어가다 그대로 왼발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이번 예선 17경기서 4골을 기록했던 메시가 한 경기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메시는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흔들며 포효했다.
에콰도르의 거센 추격을 받았던 후반전에서도 메시의 진가가 발휘됐다. 후반 17분 에콰도르 진영 중앙서 볼을 받은 메시는 수비수 세 명 사이에서 드리블하다 아크 정면에서 왼발슛으로 다소 전진해 있던 에콰도르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루프슛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이자 자신의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일제히 뛰어가 메시를 껴안고 환호했다. 그동안 비난과 질책에 시달렸던 메시도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