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포스트시즌 '낙동강 더비'는 만원 관중 앞에서 할 바를 다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맞수 관계로 발전한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연장까지 가는 승부로 짜릿한 가을야구를 선사했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양팀간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명품 투수전과 폭발적인 그랜드슬램이 혼재한 볼 것 많은 가을야구였다. 관중석을 꽉 채운 2만6000명의 부산, 경남 야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연장 승부 끝에 준플레이오프 기선을 잡은 쪽은 NC였다. NC는 연장 11회초 권희동의 결승타, 모창민의 만루홈런으로 9대2로 이겼다.
이날 1차전 티켓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 일찌감치 매진됐다. 롯데가 부산에서 가을야구 잔치를 연 것은 2012년 10월 20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5년만이다. 롯데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전이 예상됐으나, 3루측 내야석을 가득 메운 NC 팬들의 함성도 만만치 않았다. 롯데는 이날 상의 빨간색의 동백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입장 관중에게는 빨간색 비닐 봉지를 나눠줬다. 1루측과 외야석은 온통 빨간색으로 물결쳤다. NC측은 이에 대항이라도 하듯 3루 내야석을 꽉 채운 팬들에게 파란색 깃발과 팀의 상징인 공룡 캐릭터를 응원 도구로 배부했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열띤 응원전이 연장까지 이어졌다.
양 팀 선수들은 박빙의 승부로 열띤 응원전에 보답했다. 특히 '가을야구다움'을 선사한 투수들의 집중력 넘치는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7이닝을 8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했다. 해커는 4사구도 3개를 내주며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단 한 번도 적시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2,3루에서 땅볼로 아웃카운트 1개를 늘리면서 한 점을 줬을 뿐, 득점권 위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투구수 90개를 넘긴 7회말 2사 1,2루서 강민호를 볼카운트 2B2S에서 주무기인 137㎞짜리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게 하이라이트였다.
그렇다고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피칭이 해커에 뒤진 것은 아니었다. 6이닝 5안타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제 몫을 다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자신의 첫 가을야구 등판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롯데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삼진은 무려 7개를 잡아내며 NC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초 2사 3루서 폭투를 범해 먼저 1점을 주고, 4회 2사 1,2루서 권희동에게 133㎞ 포크볼을 던지다 우전 적시타를 맞아 2실점한 게 전부였다.
불펜 투수들도 명품 투수전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정규시즌 후반기 최강의 불펜진을 구축한 롯데는 효과적인 투수 교체로 추가점을 막았다. 향후 시리즈를 리드할 수 있는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 1-2로 뒤진 7회초 무사 1,2루서 등판한 두 번째 투수 박진형은 볼넷 한 개를 내줬을 뿐 실점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조정훈은 1안타 무실점으로 안정적으로 이닝을 넘겼다. 특급 마무리 손승락은 9회 등판해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커터를 앞세워 삼진 2개를 곁들인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부산 팬들을 더욱 즐겁게 만든 것은 역시 박헌도의 동점 홈런. 그 과정이 너무도 극적었다. 1-2로 뒤진 8회말 2사후 8번 문규현 타석에서 조원우 감독은 박헌도를 투입했다. 박헌도는 NC 김진성의 바깥쪽 144㎞짜리 직구를 그대로 밀어때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날 사직구장서 가장 큰 함성이 쏟아진 순간이었다.
9회까지 2-2의 균형은 치열한 연장 승부로 이어졌다. NC는 연장 11회초 선두 지석훈의 2루타와 상대 폭투로 잡은 무사 3루서 권희동이 좌측 2루타를 날려 결승점을 뽑은데 이어 모창민이 만루포를 날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연장 10회까지 명품 가을야구를 끌어가던 롯데로선 악몽이었다. 그러나 4시간45분에 걸친 가을 혈투에 '구도(球都)'가 5년 만에 들썩였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