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A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후 치른 첫 번째 친선경기에서 수비 문제점을 노출하며 자책골 2방 포함 4실점 완패했다.
지난 한달 동안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 광풍'으로 때아닌 몸살을 앓았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논란'에 휘말려 축구팬들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기까지 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6일 프랑스 칸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 면담, 논란을 풀어냈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가 제안한 공식적인 역할 대신 비공식적으로 한국 축구를 돕는 쪽으로 정리했다. 히딩크 논란이 정리돼가는 상황에서 A대표팀은 첫 친선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앞으로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약 8개월 남았다. 신태용호가 이번 러시아전 같은 스코어와 경기 내용이라면 '히딩크 광풍' 이상의 거친 풍파를 수도 없이 맞아야할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7일 밤(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내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친선 맞대결해 2대4로 졌다. 한국의 FIFA 랭킹은 51위이고, 러시아는 64위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2무2패가 됐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과 무득점으로 비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리고 한달 만에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 나섰다. 그 첫 판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수비 조직력에 허점을 드러내며 와르르 무너졌다. 신태용호는 10일 오후 10시30분 장소를 스위스로 옮겨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와 두번째 친선경기를 갖는다.
A대표팀이 상대한 러시아는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팀 중 강한 상대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매치를 앞두고 K리그 일정을 고려해 전원 해외파로만 팀을 꾸렸다. 우리 역시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다. 우리가 원정이라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는 건 분명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경기 초반 흐름은 양호했다. 신태용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변형 스리백 수비를 가동했다. 전반, 그라운드 좌우를 폭넓게 활용했다. 중앙 공격수 황의조가 고립됐지만 손흥민과 권창훈 유럽파의 호흡은 찰떡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공격에서 완성도가 제법 있어 보이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달 이란전과 우즈벡전에서 연달아 비긴 후 "10월 친선경기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에 무게가 실렸다. 그런데 구멍은 수비 쪽에서 터졌다. 전반 44분,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스몰로프에게 노마크 헤딩슛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후반 시작 9분과 10분 만에 수비수 김주영이 연속으로 자책골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두번째 실점은 이번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헤딩한 게 김주영 몸맞고 우리 골문으로 들어갔다. 1분 후 수비 과정에서 상대 패스를 차단하려던 김주영의 발에서 또 자책골이 나왔다. 후반 37분, 미란추크에게 네번째 골을 얻어맞았고, 이후 권경원과 지동원의 만회골로 2골을 추격했다.
친선경기는 말 그대로 타이틀이 걸리지 않은 부담없는 매치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신태용 감독에겐 앞으로 있을 모로코전과 이후 내년 월드컵 본선까지 있을 A매치들이 단순한 친선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친선경기를 넘어 평가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수의 축구팬들이 축구협회와 A대표팀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히딩크 광풍'을 지난달 생생하게 실감했다. A대표팀이 앞으로 친선경기에서 어이없이 스코어 또는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무너질 경우 팬들의 실망감은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 "친선경기는 테스트일 뿐이다" "진짜 실력은 본선에서 보여주겠다" 등의 수사로는 인내심과 여유로움이 많지 않은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쉽지 않다. 모로코전이 더 걱정스럽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