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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러시아 분석]'변형 스리백+시프트'도 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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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변형 스리백'이었다.

윤석영(가시와)의 부상 낙마로 전문 윙백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윙어'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오른쪽 윙백, '센터백' 김영권(광저우 헝다)이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공수 균형이 무너진 좌우 측면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장현수 시프트'를 꺼냈다. 장현수(FC도쿄)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갔다. 장현수의 위치에 따라 포메이션이 바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위치할 시에는 4-2-3-1, 센터백에 자리할때는 3-4-3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 카드는 두가지 약점이 있었다. 첫째로 중앙쪽에 너무 많은 공간이 열렸다. 기본적으로 장현수는 '러시아의 에이스' 코코린의 움직임에 따라 위치를 바꿨다. 그러다보니 포지셔닝이 애매했다. 올라갈 타이밍에 내려서면 중원쪽에, 내려서야 하는 순간에 올라가면 수비 가운데에 공간이 비었다. 상대의 공격이 날카롭지 않았음에도 여러번 기회를 내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두번째로 공격전개가 잘 되지 않았다. 역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이 컸다. 그나마 이청용이 측면에서 볼을 돌려주며 어느정도 빌드업이 됐지만, 장현수 쪽에서는 이런 전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 감독의 다양한 수에도 불구하고 수비는 이날도 흔들렸다. 불안했던 이청용 쪽에서의 문제는 없었다. 김주영(허베이 화샤)이 잘 커버해줬다. 문제는 세트피스였다. 두 골을 모두 세트피스에서 내줬다. 전반 45분 코너킥에서 스몰로프를 노마크로 놔뒀고, 후반 10분 김주영의 자책골도 니어포스트로 돌아가는 러시아의 공격수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후반 11분 김주영의 두번째 자책골은 불운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보여준 수비력은 실망스러웠다. 수비 숫자가 많았음에도 러시아의 단순한 공격에 흔들렸다. 무려 4골이나 내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공격은 지난 최종예선 두번의 경기 보다는 나아졌다. 손흥민(토트넘)-황의조(감바 오사카)-권창훈(디종)으로 이루어진 스리톱의 핵심은 '무한 스위칭'이었다. 정해진 자리 없이 세 선수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물론 포인트는 '손흥민 시프트'였다. 권창훈이 비교적 오른쪽에서, 황의조가 왼쪽에서 가운데로 움직이는 횟수가 많았던 반면, 손흥민은 확실한 프리롤로 움직였다. 손흥민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날도 토트넘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도 속도를 붙여서 하는 플레이 보다는 볼을 잡고 하는 플레이가 더 많았다. 물론 좋은 장면도 많았다. 손흥민은 전반 17분과 42분 절묘한 패싱 플레이의 중심이었다.

손흥민 보다 더 눈에 띈 것은 권창훈이었다. 권창훈은 시종 날카로운 모습으로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돌격대장으로 움직임은 물론 공격작업에서 마무리 패스도 여러차례 넣어줬다. 전반 32분 손흥민의 왼발 슈팅 장면에서 스루패스를 넣어준 것도 권창훈이었다. 권창훈은 수비시에도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과감한 압박으로 전방 수비를 이끌었다. 러시아의 거친 수비벽을 상대로도 능력을 보여준 권창훈은 팀의 중심으로 손색이 없다. 본래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이청용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이날의 몇 안되는 소득이었다.

이날 경기로 다시 한번 확인한 사실이 있다. 확실히 문제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다. 이런 수비라면 러시아월드컵에서 더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번 명단에서 윙백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K리거가 합류한다고 해도 측면 수비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다고 하기 어렵다. 김진수는 예전의 폼을 잃었고 최철순(이상 전북)은 유럽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신할 수 없다. 김민우(수원) 고요한(서울)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된 '변형' 카드만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일단 최대한 전형을 정하고 조직력을 맞추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모로코전까지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래저래 답답한 신 감독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