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공격수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주업인 수비 대신 공격수로 변신하는 수비수들의 활약은 위협적인 무기다. 답답한 공격의 맥을 뚫어주는 수비수들의 골은 청량감을 주는 '그라운드의 사이다'다.
FC서울 수비수 황현수(22)는 8일 상주전에서 황선홍 감독의 사이다였다. 황현수는 8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 상주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후반 22분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찰나의 순간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상주 진영 오른쪽 측면서 시작된 윤일록의 오른발 코너킥이 포물선을 그리며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향했고, 공격에 가담한 황현수는 수비수 경합을 이겨내고 정확한 타점을 잡고 뛰어올라 득점을 꽂아넣었다.
올 시즌 벌써 세 번째 득점이다. 8월 20일 강원FC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황현수는 한 달 만인 9월 20일 광주FC전에서 다시 골맛을 봤고, 상주전에서 또다시 웃으며 '골 넣는 수비수'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결실이다. 황현수는 2014년 서울에 입단했지만 1군 출전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서울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폭넓은 활동량과 제공권 장악력이 좋은 황현수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올 시즌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 등 중요한 순간마다 황현수를 기용하면서 수비라인을 다졌다. 최근 들어 골까지 터뜨리며 '결정력 부재'에 한숨짓고 있는 황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감돌게 하고 있다.
황현수의 결승포로 서울의 무패 행진은 4경기(3승1무)로 늘어났다. 스플릿 그룹A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획득을 바라보고 있는 서울에게 상주전 승리로 얻은 승점 3의 의미는 꽤 크다. 반면 최근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로 상승세를 탔던 상주는 안방에서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7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공격수 주민규도 이날 침묵하면서 기록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