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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하나가 된 롯데와 이대호가 그리는 가을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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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포스트시즌 통산 홈런이 4개다.

해외 진출 이전인 2009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개, 2010년 준플레이오프서 1개, 2011년 플레이오프서 1개의 홈런을 각각 터뜨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격은 2010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날린 연장 10회 결승 3점홈런이다. 이대호는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두산 정재훈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3점 아치를 그리며 롯데에 승리를 안겼다. 1,2차전을 이긴 롯데는 3,4,5차전을 내리 내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대호는 짜릿한 2차전 홈런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해는 이대호는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지금 롯데 팬들은 당시 이대호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올시즌 80승62패2무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 5년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포스트시즌 진출 공헌도를 따지면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한층 강력해진 중심타선, 그중에서도 이대호가 한 몫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정규시즌 142경기에서 타율 3할2푼, 34홈런, 111타점의 활약에 대해 조원우 감독은 "어느 정도를 해야 감독으로서 만족할 수 있겠는가. 대호가 주장으로서 아주 잘 해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대는 포스트시즌서도 부동의 4번타자다. 조 감독은 지난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미친 선수가 나온다면 이대호였으면 좋겠다. 항상 주장으로서 팀 중심을 잘 잡아줬고 이번에도 자존심을 세우리라 믿는다"며 무한신뢰를 보냈다.

복귀 첫 시즌 가을야구 무대에 서는 이대호의 심정은 어떨까. 약간의 부담감을 인정하면서도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그는 "6년전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리는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들, 프런트 모두 하나가 돼 있다.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선수단 자체가 하나가 돼있기 때문에 편하게 즐기면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타격왕, 홈런왕, 타점왕, 정규시즌 MVP(2010년) 등 선수로서는 사실 이룰 것을 다 이룬 이대호지만, 딱 하나 없는 게 있다. 바로 KBO리그 우승 반지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던 2015년 재팬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해 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5경기에서 2홈런, 8타점을 올리며 재팬시리즈 MVP에 오르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였다.

그러니 '부산 사나이' 이대호에게 딱하나 남은 소원은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아직 밟아보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그가 뛴 가장 큰 무대는 2011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였다. 게다가 이대호는 2008~2011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뛰면서 한 번도 첫 시리즈를 통과하지 못했다.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2011년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면서도 SK에 무릎을 꿇었다. 올해도 상황은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을야구 출발점이 준플레이오프다.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플레이오프를 뛸 수 있고, 한국시리즈 진출까지는 한참 더 나아가야 한다.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은 대부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의 차지였다. 준플레이오프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팀은 1990년 이후만 따지면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 2015년 두산 등 셋 뿐이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 입장에서는 세 차례 시리즈를 모두 이겨야 하는 고된 일정이다. 객관적 전력이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험난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롯데가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지 알 수 없으나, 이대호는 막연한 기대를 넘어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