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배우 윤계상이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영화화한 범죄 액션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홍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 극중 돈 앞에서는 자비 없는 조직의 보스 장첸 역을 맡은 윤계상은 최근 서울 중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그가 연기하는 장첸은 소리 소문 없이 하얼빈에서 서울로 넘어와 도시에 발을 들이자마자 잔혹한 범죄로 신고식을 치르며 모두를 긴장하게 만든 인물이다. 오직 '돈'을 위해서 오래 전부터 정착한 지역의 범죄 조직들을 하나씩 흡수하며 '흑룡파' 조직의 보스가 된다. 그 누구보다 악랄하며 잔인한 방법으로 도시를 공포에 몰아넣는 그는 흑룡파를 가장 위협적인 범죄 조직으로 성장시킨다.'범죄도시'를 통해 생애 첫 악역은 맡은 윤계상은 파격적인 변신과 함께 강렬한 카리스마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보여줬던 부드러운 미소는 철저히 거칠고 강렬한 장발에 숨 막히게 살벌한 눈빛을 장착,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장첸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크린을 장악한 그에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찬사 마저 쏟아지고 있다.이날 윤계상은 시사회 이후 쏟아지는 호평과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밝히면서도 "배우는 절대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건 같이 합을 맞춰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첸은 아무래도 캐릭터 자체가 세고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그런 반응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캐릭터가 돋보이더라도 영화가 후지거나 함께 해주는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런 반응은 들을 수 없었을 거다."
'범죄도시'로 호평을 듣기까지 배우로서 '슬럼프'가 있었냐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윤계상은 "슬럼프는 엄청 많았다. 제가 했던 작품 성적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솔직하게 말하며 웃었다.
"내가 고집이 정말 정말 세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불나방'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눈 앞에 놓인 게 불인지 알면서도 뛰어든다고. 예전에는 더욱 심했던 것 같다. 빨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대중의 기대와 시선에 등을 돌렸던 시절이 있었다. 무겁고 진중한 작품만 고집했던 적이 있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게 배우인데, 내 욕심에 대중이 윤계상에게 기대하는 것과 거리가 먼 작품만 선택했던 것 같다.예를 들어 내가 어떤 가수의 어떤 곡을 듣고 싶어서 돈을 내고 콘서트를 보러 갔는데, 그 가수가 내가 듣고 싶었던 곡을 원곡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리믹스를 해서 부르면 굉장히 섭섭하지 않냐. 배우도 마찬가지더라. 대중이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 있어서 돈을 지불하고 표를 사고 내 작품을 보는 건데 내가 대중의 기대를 외면했던 것 같다. 내가 그랬었다는 걸 굉장히 늦게 깨달았다. 내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분들이 내게 눈을 돌린 뒤였다.
지금은 시야도 시선도 넓히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로서 대중의 요구와 기대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 걸 깨달은 이후 '극적인 하룻밤' '레드카펫', 단편 '사랑의 가위바위보' 같은 많은 작품을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던 '굿와이프'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범죄도시'는 '영어 완전 정복' 연출부 출신 강윤성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동석, 윤계상, 조재윤, 최귀화 등이 가세했고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머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