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길매직 넘어 금메달매직 이뤄보겠다."
김봉길 신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전화통화 내내 얼떨떨했다. 주변도, 본인도 전혀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깜짝 선임이었다. 김호곤 부회장(기술위원장 겸임)이 이끄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김봉길 전 인천 감독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26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오전 11시쯤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사우나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며 "전혀 언질이 없었다. 예상은 커녕 기대도 하지 않았다. 너무 얼떨떨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14년 12월 인천을 떠난 이후 야인으로 지냈다.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인스트럭트로 활약했다. 쉬고 있었지만 K리그, 중국팀의 자리가 빌때마다 꾸준히 물망에 올랐다. 김 감독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술 위원이 잘 뽑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 국가대표 감독 자리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재충전을 잘했다.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인천시절 김 감독은 특유의 용병술로 '봉길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감독은 "봉길매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믿음이나 신뢰를 보낼 뿐이다. 매직은 선수가 부린다"며 "대표팀에서는 누가봐도 대표팀이라는 '책임감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휴식기 동안 K리그를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그는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연령대에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웃었다.
인천 시절, 약한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수비에 초점을 맞춘 축구를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인천에 있을때는 약팀이라 그랬지만 축구는 공수가 다 중요하다. 밸런스를 맞춰 전체적인 균형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와일드카드에 대해서는 "감독직을 생각지도 못해서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했다. 함께할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도 "프로 복귀를 감안하고 준비해온 부분이 있다. 염두에 둔 사람은 있는데 주위 사람들과 상의해 최고의 코칭스태프를 꾸리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얼떨떨한 가운데서도 목표는 정확히 했다. 그는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광종이형이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나도 금메달을 이어가고 싶다. 금메달매직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